[뮤지컬 성장의 그늘]① 시장 커져도 진입장벽 높은 뮤지컬

국민 5명 중 1명 연 1편 이상 뮤지컬 관람
산업화 발판 '통합전산망'에도 갈 길 멀어
스타마케팅-티켓 가격 상승 악순환 반복
"상업적 성공·예술적 실험 같이 가야"
  • 등록 2019-09-05 오전 5:30:00

    수정 2019-09-05 오전 5:30:00

(디자인=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뮤지컬은 이제 영화나 드라마 못지않은 문화예술계 대표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 공연예술실태조사’(2017년 기준)에 따르면 연간 뮤지컬 관객 수는 1342만여 명에 달했다. 국민 5명 중 1명은 1년에 1편의 뮤지컬을 관람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국내 최대 공연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가 발표한 ‘2018년 공연 시장 결산’ 자료를 보면 지난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2571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최대인 30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던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경우 1회당 티켓 매출은 2억 6000만(주중)~2억 9000만원(주말)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올 들어 ‘공연계 박스오피스’로 불리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이 구축되면서 뮤지컬이 산업화 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하소연 한다. 콘텐츠의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보다 일부 스타들의 ‘티켓 파워’에 의존하는 구태의연한 행태, 이로 인한 높은 티켓 가격으로 뮤지컬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강타 낙마로 손해 막심 ‘헤드윅’

지난달 16일 개막한 뮤지컬 ‘헤드윅’은 개막도 하기 전부터 큰 홍역을 치렀다. 주인공 헤드윅 역에 캐스팅됐던 가수 강타가 ‘사생활 스캔들’에 휘말려 갑작스럽게 하차했기 때문이다. 공연제작사 쇼노트는 1차 티켓오픈을 통해 오는 15일까지 확정했던 공연 스케줄 가운데 강타 출연하려 했던 14회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이로 인해 제작사가 입게 될 손해는 막심하다. ‘헤드윅’의 경우 700여 석 규모의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과 티켓 가격(R석 9만9000원·S석 7만7000원·A석 5만5000원) 등을 감안하면 한 회차당 티켓 매출은 약 7400만 원 정도로 추산된다. 열네 차례 공연을 취소한 만큼 제작사 입장에서는 약 10억 원의 매출 손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는 뮤지컬의 스타마케팅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공연 홍보와 티켓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스타마케팅이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헤드윅’의 경우 배우의 갑작스러운 공연 취소로 티켓 매출은 물론 대관료와 함께 출연할 예정이었던 다른 배우, 스태프들의 출연료까지 모두 피해를 입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이동훈 기자).


◇스타마케팅, 약에서 독으로

10주년 기념공연으로 무대에 오른 뮤지컬 ‘영웅’도 올해 초 비슷한 위기를 겪었다. 지난 3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을 앞두고 주인공 안중근 역을 맡기로 했던 배우 안재욱이 음주운전으로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하차한 것. 공연제작사 에이콤은 정성화·양준모 등 두 명의 배우만으로 모든 회차를 소화해야 했다. 자숙을 위해 활동을 중단했던 안재욱은 지난 7월 개막한 연극 ‘미저리’로 활동을 재개했다. ‘영웅’의 앙코르공연 기간과 맞물리면서 이른 복귀로 논란이 일었다.

그 동안 뮤지컬시장의 성장을 견인해온 것이 바로 스타마케팅이었다. 2004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배우 조승우의 캐스팅으로 흥행에 성공한 것이 계기가 됐다. 공연제작사들이 앞다투어 스타마케팅에 나섰다.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스타급 배우를 기용함으로써 작품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고, 배우의 팬덤을 통해 티켓 판매도 늘어난다는 점 때문이었다.

물론 무분별한 스타마케팅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았다. 특히 스타들의 비싼 ‘몸값’이 뮤지컬 티켓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업계는 스타들의 구체적인 출연료에 대해서는 쉬쉬하고 있지만 유명 스타의 경우 회당 5000만 원에서 최대 7000만 원까지 받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갑작스런 군 입대로 그룹 비투비 멤버 서은광이 6회 공연만 하고 하차했던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의 한 장면(사진=연합뉴스).


◇스타‘마케팅’에서 스타‘메이킹’ 움직임도

하지만 이런 스타마케팅이 이제 뮤지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최근 스타들이 여러 논란으로 공연에서 하차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스타마케팅도 뮤지컬시장에서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어렵게 않게 들리고 있다.

스타마케팅을 이용했다 법적 다툼까지 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방송인 주병진의 출연으로 화제가 됐던 뮤지컬 ‘오! 캐롤’은 공연제작사에서 주병진이 갑작스럽게 공연에서 하차해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무대에 오른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은 그룹 비투비 멤버 서은광을 내세워 관객몰이에 나섰으나 서은광이 개막 직전 군 입대하게 되면서 단 6회 공연만 하고 하차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뮤지컬계 일각에서는 스타마케팅에서 벗어나 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뮤지컬을 알리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특히 대학로를 중심으로 신인 배우를 적극 기용해 뮤지컬배우로서 실력과 스타성을 갖춘 ‘스타 메이킹’이 왕성하게 이뤄져 눈길을 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15년 전만 해도 뮤지컬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타마케팅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뮤지컬 시장이 지나칠 정도로 스타마케팅에만 목을 메고 있다”며 “이제는 스타마케팅만이 뮤지컬 시장을 키우는 방법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보다 상업적 성공과 예술적 실험이 동시에 이뤄지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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