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 벤처기업의 '눈물'…軍 나라사랑카드 사업에 무슨일이

나라사랑카드 사업 부가서비스로
PX물품 선물하기 등 軍 내·외부 소통 플랫폼 제안
국방부, 사업자 선정 이후 돌연 경쟁입찰 요구
PX 물품 정보 공개도 불허…타 사업길도 막혀
軍 "국가상대 이익 사업은 경쟁입찰 해야"
"부가서비스 계약했더라도 조정할 수 있어"
  • 등록 2017-11-03 오전 6:00:00

    수정 2017-11-03 오전 8:37:08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선정에서 IBK기업은행이 부가서비스로 제안한 ‘희망 키오스크(Kiosk)’가 좋은 점수를 받았는데, 군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 방해로 중단됐습니다. 이 때문에 아이오로라는 사전 투자와 인력 투입 등으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게다가 군 내 다른 경로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국방부 측 반대로 무산됐으며, 이 과정에서 다른 업체가 우리 서비스를 도용해 군에 제안한 정황도 있습니다.”

티켓 발권을 위한 키오스크(무인발권기) 개발 벤처기업인 아이오로라는 지난 2014년 SNS 세대 장병들이 느끼는 심리적 고립감과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군에 제안하기 위한 소통 플랫폼을 기획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편지·사진·상품교환권을 전송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아들에날린 앱)과 편지 및 사진 메시지 등을 실시간 출력할 수 있는 기기를 군대 내 매점(PX)에 배치하는 내용의 희망키오스크 서비스다. 아이오로라는 이에 대한 특허까지 획득한 상태다.

국방부 청사 전경 [사진=이데일리 DB]
실제 계약에 따라 ‘키오스크’ 사업 추진 실무회의

아이오로라는 지난 2014년 12월 국방부 복지정책과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후 희망 키오스크 사업 관련 논의를 진행하던 중, IBK기업은행으로부터 나라사랑카드 사업에 부가서비스로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나라사랑카드는 병역의무자의 전자신분증과 전자통장 역할을 하는 것으로 군은 병사 월급과 여비 등을 이 카드를 통해 지급하고 있다.

이에 IBK기업은행과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에 참여하게 된 아이오로라는 나라사랑카드 사업을 위탁·운영하는 군인공제회C&C와 IBK기업은행이 2015년 6월 최종 계약을 체결한 후, IBK기업은행으로부터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는 공문을 받았다. 이 때부터 아이오로라는 외부 투자를 유치해 앱 개발자, 디자이너, 키오스크 프로그램 개발자 등 10여명의 추가 인력을 채용하는 등 본격적인 서비스 구축에 들어갔다.

2016년 1월부터 희망키오스크 서비스를 위해 아이오로라와 IBK기업은행은 국방부 복지정책과 및 군인공제회 C&C 뿐 아니라 PX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국군복지단 관계자들과 수차례 실무회의를 가졌다. 아이오로라는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된 부분을 모두 반영한 최종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2016년 4월 공식 제출했다.

군 매점(PX) 물품 가격 노출 문제에 대한 지적에 따라 상품교환권을 정액형 무기명 선불카드 선물하기 기능으로 대체했다. 2800여대의 단말기 설치 비용은 IBK기업은행 측에서 부담하고, 선불카드나 기프트콘을 통한 수익은 없는 구조다. 메시지와 사진 발송에서 발생하는 비용 390원만 아이오로라가 가져간다는 계획이었다.

희망키오스크 서비스 구조
연락없던 軍, 돌연 경쟁입찰…“모든 권한 국방부에 위임해야”

그러나 몇 달 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던 군 당국은 돌연 희망키오스크 사업 진행을 위해선 새로운 경쟁 입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군 당국은 공개 경쟁 입찰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희망키오스크 사업 제안 및 계획 내용 일체에 대한 권한을 군 당국에 위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권한을 위임하더라도 국방부 정책에 따라 추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회사 관계자는 “국방부에선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공개입찰도 없이 사업추진을 중단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이오로라서는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었지만, 이미 선투자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별 다른 도리가 없어 국방부 의견에 따르겠다는 동의 공문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후 군 당국으로부터 어떤 공식적인 연락도 받지 못했다. 거금을 들여 큰 법무법인을 찾아가 의견서까지 받아 국방부에 제출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선정 제안요청서에는 ‘제안서의 내용은 제안사가 사업자로 선정된 후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계약서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현재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이 당초 제안한 다른 부가서비스들은 별도의 공개 경쟁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오로라가 IBK기업은행으로부터 희망키오스크 사업 계약 내용을 확인한 공문
국방부 PX 상품 정보 공개 요청 불허…행정 소송 제기

아이오로라는 국방부가 희망키오스크 사업을 중단한 이유가 PX 물품 및 가격 정보 공개 문제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PX 상품 목록과 가격이 노출될 경우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PX 물품 정보 공개 청구를 했다. 그러나 국군복지단의 반대로 정보공개 요청은 반려됐고, 공공데이터제공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리게 됐다. 이 과정에서 국군복지단이 아이오로라에게 정보공개 요청을 취하해 달라고 요구한 정황이 있다.

당시 아이오로라는 나라사랑카드 부가서비스 사업 중단으로 이를 해군 매점에 도입하기 위한 협의를 GS리테일 측과 진행하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국군복지단은 당시 해군 PX 담당 업체를 통해 분쟁조정위원회 개최를 취하해 주면 해군에는 희망키오스크 서비스를 허락해주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시범 운영이라도 빨리 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를 취하했지만, 결국 올해 2월 경 GS리테일로부터 국군복지단의 반대로 해군 PX에도 희망키오스크 서비스 진행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회사 관계자는 “군 관계자들에게만 전달된 아이오로라의 상세 서비스계획서가 다른 사업자에게 넘겨져 군에 역제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재개된 공공데이터 분쟁조정위원회는 두 차례나 PX 정보 공개를 권고했지만, 국방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이오로라는 현재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계약서상 부가사업 조정 가능, PX 물품 정보 공개 軍 소관 아냐”

이에 대해 국방부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IBK기업은행의 제안서에는 희망 키오스크 관련 내용이 2장 정도 밖에 없어 실무회의를 거치면서 사업이 너무 커지는 경향과 독점의 위험성, 장병 간 위화감 조성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도출됐다”면서 “이에 따라 법무담당관실과 국군복지단에 검토를 의뢰한 결과, 국가를 상대로 하는 수익 사업은 경쟁입찰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군인공제회 C&C 관계자는 “계약 당사자인 군인공제회 C&C와 IBK기업은행 간 합의 내용에는 추가 제안사항을 모두 이행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제안 사업이 조정될 수 있음도 명시하고 있어 희망 키오스크 사업을 재검토해 중단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GS리테일을 통해 분쟁조정위원회 개최를 취하토록 요구했다는 업체 측 주장에 대해 국군복지단 관계자는 “GS25에 대해 120개 필수품목에 대한 판매 의무만 요구할 뿐 기타 사업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아이디어 도용 의혹에 대해서도 “모 업체가 비슷한 서비스를 제안하기는 했는데 검토 과정에서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 관계자는 “공공데이터분쟁조정위원회에서 유사사례로 제시한 방위사업청 구매품이나 각 군 조달품과는 달리 국군복지단 판매 물품은 소유권이 해당 제조업체에 있기 때문에 국군복지단이 독단적으로 입찰이나 물품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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