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카페 다락방은 불법? 자영업자 괴롭히는 규제 백태

젊은 세대에 인기인 복층다락방, 건축법상 '불법 증축' 해당
지자체별로 건축법 해석 다른 대표 '고무줄 규제'
중소기업 옴부즈만, 규제개선 시도했으나 붕괴사고로 원점
"규제 해소, 다양한 사회 질서 포용하는 문제"
  • 등록 2020-02-01 오전 8:00:00

    수정 2020-02-01 오전 8:00:00

프랜차이즈 만화카페에 설치된 다락방은 일부 지역에서 현행 건축법상 ‘불법 증축물’에 해당한다.(사진=중소기업옴부즈만 제공)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서 한 프랜차이즈 만화카페를 운영하던 A씨는 지난해 구청으로부터 ‘건축법’ 위반 통지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카페 내 복층 다락방 형식으로 만든 구조물(이하 입체시설물)이 ‘불법 증축’이라는 이유에서다. A씨는 “복층 다락방이 콘셉트인 만화카페에서 이를 없애면 어떻게 영업을 하냐”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문제는 동일한 형태의 만화카페라도 다른 지역에서는 이 입체시설물이 불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 송파구 등 다른 지자체에서는 입체시설물을 ‘가구 형태 인테리어 시설물’로 보고 건축법 적용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자체별 ‘고무줄’ 규제…소상공인·자영업자 원성만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지난 2018년 한 만화카페 사업자가 이 같은 ‘고무줄 규제’ 해소를 건의하자 국토부와 협의에 나섰다. 입체시설물은 만화카페 뿐만 아니라 키즈카페, 찜질방, 공공도서관 등 다양한 업종에도 설치돼 다른 소상공인·자영업자들도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건축법 위반으로 적발될 경우 원상회복 처분에 따라 철거를 해야 하고, 지켜지지 않을 시 이행 강제금까지 부과될 수도 있다.

2018년 8월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국토교통부, 소방청 등 유관기관들과 직접 현장방문을 실시했고, 같은 해 10월 국토부는 해당 안건을 ‘제3차 국토부 규제혁신심의회’에 상정했다.

국토부 심의회에서도 입체시설물 불법 여부에 대해 이견이 있었으나, 입체시설물을 ‘층 쪼개기를 한 불법증축’으로 보고 규제하는 것은 지나친 공간 활용 제약이라는 점을 감안해 안전규제를 보완하고 양성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를 토대로 국토교통부에서는 만화카페 등에서 안전한 입체시설물을 소규모로 설치한 경우에 대해서까지 지자체가 ‘불법’으로 판단하지 않도록 하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했다. 건축법 시행령에는 ‘제1종 또는 제2종 근린생활시설 중 휴게음식점, 제과점 등의 용도로서 창의적이고 다양한 휴게공간을 제공하기 위하여 그 거실의 일부를 바닥판 또는 칸막이 등으로 구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다만 피난에 지장이 없고, 구조적으로 안전하여 난간을 설치하는 등 안전화재 예방이나 안전 규정을 완비하는 경우 설치를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규제개선 목전까지 갔지만…사고로 ‘없던 일’

그러던 지난해 7월 27일, 광주광역시 한 클럽에서 무단증축한 구조물이 붕괴되어 2명이 죽고 34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때문에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은 말 그대로 ‘물거품’이 됐다. 만화카페 입체시설물과 관계없는 유흥업소 안전사고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현재 입체시설물을 설치한 만화카페는 지자체 단속 또는 행정심판 진행 시 기존 입법예고 사항을 근거로 행정기관에 판단 보류를 요청 중이다.

결국 지금도 전국에서 성업 중인 만화카페뿐만 아니라 애견카페나 키즈카페 등 복합 문화공간들은 사실상 불법 ‘딱지’를 달 위험 속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지난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규제애로 총 5328건을 처리, 전년도보다 33.8% 증가한 규제개선 성과를 거뒀다. 특히 지난 11월에는 25개 서울 내 자치구와 함께 자영업자, 소상공인, 창업기업 등을 대상으로 발굴한 ‘작은기업 현장공감’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총 136건의 규제개선 과제를 도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신설된 규제 강화 법안은 총 1151개로, 법안에 포함된 규제조항을 따지면 2300여개에 달할 만큼 새로운 규제는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 관계자는 “규제 해소는 사회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변화와 갈등을 우리사회가 어떻게 포용적으로 담아낼 것인가 하는 문제”라며 “규제 혁신을 위해 보다 많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관련 부처와 협의해 더 많은 규제를 혁신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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