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입성한 가상화폐…투자냐 투기냐 ‘설왕설래’ 2라운드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 美증시 데뷔
금융시장 주류 진입한 역사적 사건 평가
중앙은행 '투기 수단에 불과' 비판 강도
제도권 입성한 가상화폐 논쟁 결말 촉각
  • 등록 2021-04-17 오전 8:20:00

    수정 2021-04-17 오전 9:15:29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인 2018년 1월. 국내에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열풍이 불자 정부는 가상화폐 투자 열기 잠재우기에 나섰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2018년 1월 11일 기자 간담회에서 “법률을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한 법안을 준비 중이다”며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 예고에 한껏 부풀었던 비트코인 거품은 한 순간에 사라졌다. 재테크 수단으로 노잣돈을 가상화폐에 털어 넣던 투자자들은 속절없는 원금 손실에 ‘쓴 인생수업을 경험했다’며 투자비용을 수업료 삼았다. 정부의 으름장만으로도 가상화폐의 투자 가치는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

그런데 최근 들어 대표적인 자본시장 제도권인 미국 증시에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상장하면서 새 국면을 맞은 모습이다. 이제 더는 ‘근본없는 투기 수단’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코인베이스 증시 상장을 계기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과 가치가 재차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가상화폐는 여전히 투기수단’이라는 기성 자본시장의 비판이 맞서면서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직원들이 14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나스닥 마켓사이트 앞에서 자사의 나스닥 상장에 환호하고 있다. (사진=AFP)
코인베이스는 14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코인베이스는 거래 첫 날 주당 328.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튿날인 15일 1.7% 하락했지만 16일에는 19.25% 오른 342달러에 장을 마쳤다. 준거 가격인 250달러와 비교하면 36.8% 오른 수치다. 지난 2018년 자금유치 당시 80억달러로 평가됐던 기업가치는 첫 거래일 기준으로 3년 만에 10배 이상 치솟았다.

코인베이스는 미국 내 가상화폐거래소 중 처음으로 증시에 상장한 거래소가 됐다. 2012년 설립한 코인베이스는 비트코인 외에 50개 가상화폐를 취급하는 대규모 거래소로 100여개국 5600만명의 고객이 이용 중이다. 직원 수만 1000명이 넘는다.

코인베이스의 올해 1분기 잠정 매출은 1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44% 증가하며 지난해 매출(13억달러)을 이미 넘어섰다. 1분기 순이익은 7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1분기 대비 2182% 증가했다. 가상화폐를 다루는 거래소가 실적으로도 자본시장에서 잠재력을 보인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번 상장이 가상화폐가 글로벌 금융시장 ‘주류’에 진입하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권가도 코인베이스의 상장이 가상화폐 시장에 진출한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한룡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거래 플랫폼 기업의 경우 자산 거래가 존재하는 한 자산 가격 등락과 관계없이 수익이 발생하며 일부 자산 군에는 독과점적 시장 지위도 누리고 있다”며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상황에서 코인베이스 상장을 계기로 거래 플랫폼 기업에 대한 관심과 사업 가치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인베이스 상장에 힘입어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도 새삼 재조명 받는 모습이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두나무의 미 증시 상장 추진 소식에 두나무 지분을 보유한 한화투자증권과 카카오(035720) 등의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제공)
그러나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서늘한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세계 금융경제의 주춧돌이라 할 수 있는 각국 중앙은행이나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기존 통화의 가치나 위상이 흔들리는 현재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실제로 미국 자본시장 수장인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강한 어조로 가상화폐 ‘저격’에 나섰다.

파월 의장은 코인베이스 상장 일이던 14일 워싱턴DC 경제클럽과의 원격 인터뷰에서 “가상화폐는 정말로 투기를 위한 수단”이라며 “결제수단으로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국제결제은행(BIS) 원격 패널 토론회에서도 “가상화폐들은 매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유용한 가치저장 수단이 아니다”라며 “달러화보다 기본적으로 금의 대체재인 투기적 자산에 더욱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인터넷 기자간담회에서 “암호화폐(암호자산)가 지급 수단으로 사용되는 데는 제약이 아주 많다”며 “암호화폐에 대한 기존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암호자산은 사실상 가치의 적정 수준이나 적정 가격을 산정하기 어렵고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다”며 “암호자산 투자가 과도해지면 투자자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고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크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코인베이스가 성황리에 상장했지만 차익 실현 물량 출회 가능성이나 거래대금 감소 및 수수료 인하 압력, 달러의 기축통화 유지를 위한 암호화폐 규제,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통한 유동성 축소 등이 주가 위험요인으로 꼽는 상황이다.

3년 만에 논란이 본격 재점화된 가상화폐는 어떻게 마무리 될까.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다시금 달아오른 상황에서 정부나 당국의 경고가 또 한번 유효할지 한번 지켜볼 일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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