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자의 천일藥화]같은 리베이트인데도 약가인하율이 차이나는 이유

  • 등록 2015-04-18 오전 6:00:00

    수정 2015-04-18 오전 6:00:00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보건당국은 제약사들이 의료인 등에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되면 연루된 의약품의 보험약가를 깎는 제도를 잠시 운영한 적이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폐지됐지만 ‘리베이트 약가인하 제도’가 시행됐던 기간(2009년 8월~2014년 6월) 벌어진 불법행위는 약가인하 처분을 받는다. 제약사들에 실질적인 재산상 손실을 입히겠다는 의도로 시행된 강력한 제도다.

복지부는 최근 2개 제약사에 대해 리베이트 약가인하 처분을 결정했다. 이달부터 명문제약(017180)의 35개 품목에 대해 평균 13.1% 인하했고 대웅제약(069620)의 5개 품목은 내달부터 20% 인하된다.

명문제약과 대웅제약의 인하율이 다른 이유는 리베이트 제공 금액의 차이 때문이다. 복지부는 처방금액 대비 리베이트 규모의 비율로 약가를 깎는다.

예를 들어 의사들에 10만원을 주고 자사 제품 처방을 100만원어치 받아냈다면 처방 대가로 지목된 의약품의 보험약가를 10% 인하하는 방식이다. 똑같은 금액을 의사에게 줬더라도 처방실적에 따라 약가인하율이 달라지게 된다.

명문제약은 36개 요양기관에 납품의약품 가격을 할인해주는 방법으로 총 1억4000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는데, 처방금액 대비 평균 13%를 리베이트로 제공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3

대웅제약은 507개 요양기관의 의료인 등에 2억1000만원 규모의 음악회·숙박시설의 비용을 결재해주는 방식을 구사했다. 리베이트에 연루된 5개 의약품 모두 인하율은 20%로 결정됐다. 대웅제약의 리베이트 비율은 59.2%로 인하율 상한 20%를 초과했다.

리베이트 인하율을 살펴보면 제약사들이 판촉활동으로 투입하는 리베이트 예산도 엿볼 수 있다.

다른 의미로 명문제약은 100만원의 처방 대가로 13만원을 의사 등에 제공했고, 대웅제약은 100만원의 처방을 이끌어내기 위해 59만원 썼다는 의미가 된다. 이번에 적발된 의약품 이외 다른 제품에는 전혀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대웅제약이 처방금액 대비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명문제약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리베이트 약가인하는 제약사들의 실적에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약가가 20% 인하되면 매출도 20%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번 인하된 약가는 원상복귀가 불가능하다.

리베이트 제공 시점이 지난해 7월 이후라면 처벌은 더욱 강력해진다. 복지부는 지난해 7월부터 리베이트 금액에 따라 해당 품목의 보헙급여를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1억원 이상의 리베이트가 두 번 적발된 의약품은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영구 삭제된다.

리베이트 금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특정 거래처의 부당행위만으로도 보험급여 제한이 가능하게 됐다. 기존에는 특정거래처의 위법행위만으로 약가를 깎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보험급여 중단 및 삭제는 사실상 시장 퇴출이나 다름없다. 공들여 개발한 의약품이 리베이트를 줬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제약사들이 최근 들어 영업현장에서 잔뜩 몸을 움크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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