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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인천시 남동구에 위치한 인천남동공단은 고요했다. 중간중간 담배를 피러 잠시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 말고는 공장 내 압축기 소리 따위만 공단을 가득 메웠다. 공장 주위에 빽빽하게 주차된 자동차들은 공장이 아직까진 활력을 띄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듯 했다.
인천남동공단은 1989년 조성된 이래 지역경제의 활력소 역할을 해왔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인천남동공단은 지난해 말 기준 6775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10만1545명이 일을 하고 있다. 지난 1월에만 2조100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기도 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가 악화일로를 겪고 있지만, 인천남동공단의 겉모습은 평화롭기만 했다. 하지만 속 사정은 전혀 달랐다. 자동차 부품업체 7개사를 방문한 결과 한목소리로 ‘위기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23년간 자동차 부품 업체에서 일한 최만석(55) 대리는 “언론에서 자동차 업계가 많이 힘들다고 했지만, 사실 3월까지는 우리와는 거리가 멀었다”며 “하지만 4월이 돼서야 자동차 부품 공장들도 셧다운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고 내부 사정을 전했다.
자동차 보닛이 열리지 않도록 잠금해주는 장치인 ‘후드 래치’를 생산하는 A사는 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았다. A사는 미국 자동차 회사 지엠(GM)과 지엠의 브라질 공장에 차량 부품을 납품해 매출의 60%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미국과 브라질에서 코로나19가 터지자 조업률이 25%나 떨어지는 등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했다. 4월 한달은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등에만 납품, 매출을 의존해야 할 처지다. A사의 경영지원 이사는 “미국 쪽에서 발주가 아예 끊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주서 대신 지엠에서 공문을 보내 자신들과 함께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생산할 의향이 있냐고 물어봤을 정도”라며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지엠의 위기가 계속되면 우리도 지엠을 따라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일부 생산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도 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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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업계의 불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 쪽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으면서 5월 공장 정상 가동 여부도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인천 남동공단 내 업체들은 대출연장 및 유동성 확보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인천시가 지원 금액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자동차 부품업계를 상대로 애로사항을 설문조사한 결과 `대출연장 등 유동성 확대`가 67.6%로 가장 시급한 지원책이라고 답했다. 현재 중소기업은 시중은행의 담보 및 보증요구, 복잡한 심사과정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은 천재지변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긴급 정책자금을 바로 수혈받기 힘든 상황이다.
자동차 부품업체 한 관계자는 “4월부터 시작된 위기이지만 언제 정상으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대출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며 “정부가 이외에도 추가적인 지원을 해주지 않는 이상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업체 스스로 버티기는 힘들다는 점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