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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한은이 화폐를 발행해 시장에 공급한 ‘본원통화’는 본원통화는 전기 대비 2.2% 증가한 207조2000억원(평잔 계절조정 기준)에 달했다. 1년새 28조1361억원(15.7%)이 늘어난 규모다.
곧바로 쓸 수 있는 ‘현금’을 뜻하는 협의통화(M1) 증가율은 처음으로 20%대를 돌파했다. M1은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을 합한 개념이다.
M1증가율은 지난 6월 전년 대비 21.3% 증가하면서 2015년10월(21.5%)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2년미만 정기예적금에서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과 요구불예금 등으로 돈이 흘러갔기 때문이다. 수시입출금은 14조4000억원, 요구불예금이 6조2000억원 증가한 반면 2년미만 정기예적금은 4조8000억원 감소했다.
즉 금리가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지자 사람들이 돈을 은행에 넣어두기보다는 만약을 대비해 현금으로 쥐고 있다는 얘기다.
본원통화 대비 광의의 통화(M2) 증가율 비율인 통화승수는 14.85배로 사상 처음으로 15배를 밑돌았다. 2001년 12월 한은이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다. 한국은행이 공급한 돈이 기업과 가계 등 경제 주체들 사이를 오가며 몇 배에 달하는 통화를 창출했는지를 보여주는 게 통화승수다. 이 통화승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경제 주체의 현금 보유 성향이 높아지고 신용창출은 둔화한다는 의미다.
1990년대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린 장기침체로 빠져드는 데 일조한 ‘유동성 함정’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유동성 함정은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을 목도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의 유동성 선호이론 일부로, 경제가 어려워져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더이상 내릴 수 없는 수준까지 끌어내리면 화폐에 대한 수요가 커진다는 개념이다.
은행에 맡겨봤자 이자가 몇 푼 안되면 현금을 보유하려는 성향이 커진다. 그렇다고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금리가 바닥까지 내려온 만큼 다시 올라갈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렇게 되면 돈을 풀어도 돈이 돌지 않아 경제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1990년대 일본이 디플레이션이 심화하자 제로(0) 금리 정책을 실시했지만 경기가 회복하지 못한 채 장기 침체에 빠진 것도 이같은 유동성 함정에 빠진 여파다.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최악 경제 위기에 대응하면서 ‘비전통적’ 방식들을 동원하는 게 이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연준은 무제한 양적완화(QE)에 이어 평균 인플레이션 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다. 일정기간 동안 물가상승률이 관리 목표치를 웃돌더라도 시장 참여자들이 중앙은행이 물가 급등을 막기위해 금리를 올려 통화량을 줄일 것이란 기대를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