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선 유족들이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만들면서도 가족들 간 재산은 최대한 균등하게 나누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주식 지분 상속을 가장 적게 받은 이서현 삼성공익재단 이사장이 나머지 미술품을 상속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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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전체 4만점 정도에서 현재 2만점 정도가 남았을 것”이라며 “유족들 중 주식으로 덜 가져간 경우엔 부동산, 미술품 등 관심 있는 다른 부분으로 채워 총액으로 따졌을 땐 균등하게 나눴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고인의 부인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비록 삼성생명 지분을 포기했지만 상속 받은 지분 가치는 7조원으로 유족들 중 금액이 가장 크다. 반면 이서현 삼성공익재단 이사장이 상속받은 주식의 가치는 총 5조2400억원으로 유족들 중 금액이 가장 적다. 주식 지분 가치로만 약 1조7600억원의 차이가 난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각각 약 6조4000억원, 5조8000억원 규모를 상속받았다.
이 중 삼성전자 지분은 부인인 홍라희 전 관장과 자녀인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시장, 이서현 이사장이 법정 상속 비율인 1.5:1:1:1: 비율로 균등하게 나눠 가졌다. 홍 전 관장이 상속받은 삼성전자 지분가치만 총 6조7711억원에 달하고 이재용 부회장 등 3명이 상속받은 삼성전자 주식 가치는 각각 4조5146억원 규모다.
삼성전자 최대주주(8.51%)인 삼성생명에 대해서는 법정 상속 비율로 나누지 않고 이재용 부회장이 50%의 지분을 받고 이부진, 이서현 자매가 각각 33.3%, 16.6% 씩 나눠 가졌다. 홍 전 관장은 상속을 받지 않았다. 유족들은 삼성생명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몰아주면서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강화했다.
삼성물산도 법정비율에 따라 홍 전 관장이 상속대상에 해당되는 주식의 33.3%인 180만8577주를 상속받았고, 이재용 부회장 등 3명은 22.2%에 해당하는 120만5700여주를 각각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삼성SDS 지분도 법정 비율대로 홍 전 관장이 3233주, 이 부회장이 2158주, 이 사장과 이 이사장이 각각 2155주씩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17.33%에서 17.97%로 높아졌고,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지분율도 5.55%에서 6.19% 올랐다.
재계와 미술계에선 이서현 이사장이 지분 대신 이건희 회장이 남긴 이건희 컬렉션의 나머지 미술품을 상속받아 리움미술관에 전시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서현 이사장은 어머니 홍라희 전 관장의 뒤를 이어 리움미술관 운영 등 삼성의 문화예술사업의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지난 2017년 3월 홍라희 전 관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리움과 호암미술관장직에서 사퇴한 뒤 리움 운영위원장을 맡아 왔다.
한편 리움 미술관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휴관에 들어갔으며 재개관 여부는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