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재용 선고 D-1, 다시 보는 삼성의 경영원칙

2000년대 들어 윤리경영 5대 원칙 철저히 지켜
총수 구속에 지배구조 선진화 작업은 '올스톱'
사회공헌 딴지에 큰 손 활동 위축..사회적 손실
전문가 "희생양으로만 삼지 말고 변화 기회로"
  • 등록 2017-08-24 오전 6:00:00

    수정 2017-08-24 오전 7:44:0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삼성이 정말 뇌물을 주는 기업이었으면 해외에서는 왜 한 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을까요. ‘최순실 게이트’는 정부 조직을 민간인이 농단한 사건인데, 왜 삼성전자에게 책임을 묻나요?”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재계의 한 임원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재판이 화두에 오르자 답답함을 토로했다. 본질이 왜곡된 특검의 국정농단 수사가 애꿎은 삼성에 불똥이 튄 현실이 무척이나 못마땅한 눈치였다.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하루 앞(25일)으로 다가왔다.올해 2월 28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이래 178일 만이다. 창사이래 처음 총수 구속 사태를 맞은 삼성은 법원의 첫번째 판결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쟁점은 뇌물공여죄의 성립 여부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이 부회장의 독대 자리에서 부정한 청탁이 오갔는지, 최순실과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이 청탁의 대가였는 지가 이번 재판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아직까지 정황 증거만 난무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정말로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넸을 지 강한 의구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윤리경영을 자처하는 삼성전자의 총수이기에 더욱 그렇다.

삼성전자는 국내는 물론 세계 79개국에 직접 진출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회사 차원에서 세금 탈루나 뇌물 공여 등의 문제가 불거진 적은 없었다. 삼성 측이 그간 “우리는 법규 위반이나 비윤리적 행위를 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피고(이 부회장)가 대통령에게 청탁을 할 이유도 없었고, 실제로 청탁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항변해왔다.

선진 윤리경영 도입한 삼성이 왜?

삼성전자는 현재 세계 전체 스마트폰,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 TV 등 여러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올해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239조원과 52조원 이상이다. 어지간한 대기업 몇 개의 실적을 합친 것보다도 높고, 세계적인 초대형 기업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이런 거대한 규모답게 내부 윤리경영 관련 규정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밝힌 경영원칙을 보면 △법과 윤리를 준수한다 △깨끗한 조직문화를 유지한다 △고객·주주·종업원을 존중한다 △환경·안전·건강을 중시한다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 등 5가지 사항을 언급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1세기에 들어 직영 사업장에서 법규 위반 등 중대한 물의를 일으킨 적이 거의 없다. 반도체 공장 근무자들의 직업병 문제가 불거졌지만, 이 또한 권오현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사과하고 보상을 약속하면서 사태를 수습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빠르게 선진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는데 노력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유연근무제 도입, 복장 규정 간소화 등을 진행했고, 분쟁지역 광물 사용금지 등 해외 투자자나 기관들이 요구하는 사항도 수용했다. 중간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정책도 강화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기 전에는 지주사 도입과 순환출자구조 해소 노력도 진행해왔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구속에 따라 지주사 도입 등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자금 소요에 대한 부담 해소 방안을 결정하지 못한 채 관련 작업은 중단된 상태다.

후원 ‘큰 손’ 삼성을 대하는 이중적 태도

현재 국내에서 봉사활동, 소외계층에 대한 기부활동, 각종 학술·교류행사, 다양한 스포츠 종목 등 사회공헌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갖는 존재감은 상당하다. 국내 최대 기업으로서 정부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숱한 후원 요청을 받고 있다.

특히 비인기 종목에 대해 삼성전자 등 삼성 그룹 차원에서 이런 저런 후원을 진행해왔는데, 승마 종목에 대한 지원에 대해 대가성을 노린 것이라는 사법 당국의 주장때문에 삼성의 스포츠 후원은 거의 멈춘 상태다. 결국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을 내려놓기로 했고, 프로스포츠 구단들도 전부 제일기획(030000)으로 이관하는 등 관련 활동이 대폭 위축됐다.

삼성, 특히 삼성전자에는 지금도 여전히 중앙 정부의 공무원부터 시민단체 직원까지 수 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 후원을 요청해온다. 승마 종목을 후원해달라는 행정부 수반의 요청에 응했다 총수가 옥고를 치르는 중인데도 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또 대가성에 대한 의심을 받을 소지가 있어 후원 활동에 제약이 많은게 현실”이라고 토로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10억원 이상의 후원금을 낼 경우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외부에 공시하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데, 사회공헌 관련 분야에서는 이로 인해 삼성의 후원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평판관리 전문가 로사 전(Rosa Chun) UCD 마이클스머핏 경영대학원 교수는 경영학 최고 학술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를 통해 한국 정부와 사회가 이번 사건에 대해 삼성과 이 부회장을 단순히 ‘희생양(Scapegoat)’으로 삼기보다는, 부패와 정실 인사가 줄어들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부회장이 정말 단죄의 대상에 불과한지, 아니면 다른 측면을 고민해봐야하는 것은 아닐지 다시 생각해 볼 때다.

최순실 사태 이후 삼성전자가 시행 중인 대외후원금 운영 투명성 강화 방안 개념도.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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