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창업 성공 시작은 불편함 그냥 넘기지 않는 것”

맞벌이하며 매일 장보기 어려운 현실 절감
매일 새벽 배달하는 '샛별배송' 아이디어 떠올려
창업 2년 만에 회원수 28만명 월매출 40억원 성장
  • 등록 2017-09-21 오전 5:30:00

    수정 2017-09-21 오전 5:30:00

[이데일리 김일중 기자] 워킹맘 A씨. 한창 업무에 집중하던 아침 10시 택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틀 전 산지배송으로 주문한 고기를 배달하러 왔다는 것. A씨는 어쩔 수 없이 경비실에 맡겨달라고 답했다. 퇴근 후 서둘렀지만 집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 9시간동안 경비실에 놓여있던 택배상자 속 녹아버린 아이스팩을 보니 혹시 고기가 상하진 않았을까 찜찜한 마음이 들었다.

워킹맘 B씨. 잠자리에 들기 전인 밤 10시 30분 스마트폰을 켜고 앱을 터치한다. ‘내일 아침은 불고기 쌈밥으로 할까’. 친환경 쌈채소 모듬 1봉지, 불고기 1팩을 장바구니에 넣고 남편과의 모닝 커피를 위해 콜드브루 2병을 함께 주문한다. 다음날 아침 7시. B씨는 문 앞에 놓인 박스를 갖고 들어와 주문했던 식재료를 꺼내 아침준비를 한다. 방금 딴 듯한 채소와 선홍빛 고기를 보니 절로 식욕이 돋는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사진=마켓컬리 제공)


‘샛별배송’으로 창업 2년 만에 회원수 28만명 월매출 40억원을 기록하며 식품유통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김슬아(34) 마켓컬리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자신의 창업성공 비결을 “본인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해결하려는 마음을 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을 통해 성공할 수 있는 영역이 아주 많다”며 “기존 업체들이 놓치고 있는 것, 자신이 해결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 기회는 성큼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가 마켓컬리를 창업한 계기도 ‘불편함’에서 시작했다. 결혼 후 맞벌이 부부로 생활하면서 장보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매일 장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며 “그렇다고 주말에 교통체증을 뚫고 대형마트에 가서 수 시간을 들이며 1주일치를 한꺼번에 장보는 것도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조사를 통해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주부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한 후 창업을 결심했다.

평소 먹거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좋은 품질을 가진 식품과 식재료를 합리적 가격에 매일 배송하면 통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며 “특히 워킹맘들이 많이 찾아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샛별배송 역시 택배 이용의 불편함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다.

샛별배송은 마켓컬리를 통해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이전에 상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다. 산지에서 냉장·냉동 상태로 이송돼 식품전용 냉장·냉동 창고에 잠시 보관된 후 최대 12시간 보냉이 가능한 에코박스에 담겨져 집 앞으로 배송된다. 상추를 예로 들면 오늘 아침에 딴 것이 내일 아침 식탁에 오르는 것.

김 대표는 “택배는 언제 올지 알 수 없었고 낮에 올 경우 경비실에 장시간 방치되기 일쑤였다”며 “신선도가 생명인 식품·식재료를 고객이 원하는 때에 전하려면 배송이 쉬운 새벽 시간대를 이용하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다수 직장인들이 7시 이후에 출근을 시작하기 때문에 새벽이 가장 적절한 배송시간이라고 여겼다”고 덧붙였다.

마켓컬리에는 김 대표가 직접 먹어보고 눈으로 확인한 제품만 입점시킨다. 유기농이라며 광고하고도 농약이 검출되기도 하고, 맛있다는 상품평을 보고 구매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

먼저 입점하려는 제품은 상품기획자(MD)가 70여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점검한 후 추천한다. 대표적으로 △농약 사용 여부 △성장촉진제 사용 여부 △원재료의 원산지 △GMO(유전자 조작) 여부 △어떤 농법을 썼는가 △수산물 방사능 검사 등이다.

추천된 제품은 1주일에 1회 열리는 ‘상품위원회’를 통해 다시한번 검증한다. 대표부터 팀원들이 모두 참여해 70여 가지 검증기준에 맞춰 다시 따져보고, 직접 맛을 보며 상품성까지 꼼꼼하게 점검한다.

김 대표는 “상품위원회가 한 번 열리면 6시간 넘게 진행된다. 검증을 통과하는 제품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점했다고 끝이 아니다. MD가 한 달에 한 번 해당 식품 생산지를 직접 방문해 검증기준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그는 “법은 최소한의 안전망일 뿐 소비자의 기준은 더 높다”며 “마켓컬리는 소비자보다 더 까다롭게 따져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지금도 더 높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최근 살충제계란 파동 등을 겪은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선택하기 위한 팁으로 ‘끊임없이 질문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는지, 직접 산지에 방문해서 선택한 것인지, 지속적으로 관리·점검을 하고 있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물어봐야 한다”며 “유통업체가 긴장과 압박을 느낄수록 안전하고 품질 좋은 제품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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