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평가받고 취소됐는데"…자사고 운명 `복불복` 논란

교육부 시행령 개정따라 2025년 자사고 일괄폐지
올해 재지정평가 생략…전국 14곳 4년간 자사고 유지
일괄폐지 발표 3개월 전 지정취소 학교들은 "억울"
"갈등 최소화 위해 평가생략…작년 평가 무효화 불가능"
  • 등록 2020-07-18 오전 8:05:22

    수정 2020-07-18 오전 8:05:22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오는 2025년이면 자율형사립고(자사고)는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이로써 자사고의 남은 수명은 올해부터 2024년까지 약 4년. 그런데 어떤 자사고들은 당장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같은 자사고인데 어떤 학교는 당장 내년부터, 어떤 학교는 2025년부터 전환되게 된 거죠.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5년 일괄폐지…지난해 평가 탈락 학교는 곧바로 취소


자사고는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다양한 교육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목적에서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그리 오래 갈 운명은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등을 일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이죠. 올해 2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들 학교는 2024년을 마지막으로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게 됐습니다.

그러면 적어도 2024년까지는 모든 자사고가 유지되겠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그렇진 않습니다. 지난해 자사고 지정취소 위기에 처했다가 기사회생한 전북 상산고를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운영성과(재지정) 평가에서 기준점수(100점 만점의 80점)에 미달돼 지정취소 결정을 받았으나 교육부는 교육청의 평가가 위법했다며 부동의 결정을 내렸었죠.

제가 왜 이런 얘기를 한 것일까요. 바로 지난해 자사고 갈등을 촉발시켰던 `재지정 평가`의 유무로 자사고들의 운명이 갈렸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전국 자사고 42곳 중 24곳을 대상으로 실시된 재지정 평가에서 총 11곳이 경기·부산·서울·전북교육청으로부터 지정취소 결정을 받았습니다. 이 중 상산고만 교육부 부동의 결정을 받고 나머지 10곳은 결국 일반고로 전환되게 됐죠.

다만 이들 10곳 모두 경기·부산·서울교육청의 지정취소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본안 소송이 마무리 될 때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습니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가을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재판에서 질 경우 이들은 당장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됩니다. 물론 학교 측이 항소를 제기할 수 있겠지만 몇년 후 일괄 전환되는 마당에 비용과 시간을 더 들여가며 법정 다툼을 이어갈 가능성은 낮습니다.

지난 1월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주최로 열린 외고, 자사고, 국제고 폐지 반대 기자회견 및 정책토론회에서 이제봉 울산대 교육학과 교수(앞줄 왼쪽 세번째)가 성명서를 읽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국 14개교는 평가도 없이 2024년까지 자사고 유지


하지만 어떤 학교들은 이런 법정 다툼도 필요 없이 2024년까지 자사고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습니다. 바로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을 예정이었던 학교들입니다. 올해 평가 대상 학교는 전국 18곳이었으나 지난해 서울 경문고, 대구 경일여고, 군산 중앙고, 익산 남성고 등 4곳이 자진해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하면서 외대부고·세화여고·현대고 등 총 14곳이 평가를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에 있는 한 문장 때문입니다. 당시 교육부는 방안에 `2020~24년까지 재지정을 위한 운영성과 평가는 실시하지 않되, 교육과정 운영 및 사회통합전형 선발·법정부담금 납입 등 책무사항 지도·감독 강화`라는 문구를 넣었습니다. 올해부터는 재지정 평가를 실시하지 않겠다는 의미였죠.

지난해 지정취소 결정을 받은 자사고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재지정 평가를 두고 교육당국과 한 학기 내내 갈등을 겪다 결국 지정취소 결정을 받았는데, 약 3개월 만에 내년 평가는 하지 않겠다는 방안이 나왔기 때문이죠. 한 자사고 교장은 “평가 시기가 1년 빨랐다는 이유로 이들은 당장 자사고 지위를 잃고 어떤 학교는 아예 평가조차 받지 않게 됐다”며 “복불복으로 운명이 결정된 셈”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들은 교육당국이 지난해 재지정 평가를 받은 학교들도 2024년까지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 시켜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4년이란 시간이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자사고`라는 타이틀을 갖고 싶어하고 학교 운영의 자율성도 확보하고 싶어하기 때문이죠. 혹은 올해 평가 대상 자사고들에 대해서도 계획대로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괜한 `집안싸움`으로 번질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측면도 있을 겁니다.

평가 피했지만 지정취소된 휘문고…마냥 안심할 수 없는 자사고들

교육당국은 자사고 측 주장을 들어주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시도교육청은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올해 재지정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을 뿐이고 이미 지난해 실시한 평가를 물린다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자사고 갈등과 같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지난해 자사고 평가를 무효화하는 것도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평가를 피해간 학교들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재지정 평가`만으로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근 서울 휘문고가 50억원대 횡령을 저지르면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신 분 꽤 계실 겁니다. 휘문고는 올해 평가는 피했지만 교육감 직권취소는 피하지 못했습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감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한 경우 △부정한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한 경우 △교육과정을 부당하게 운영하는 등 지정 목적을 위반한 중대 사유가 발생한 경우 △학교의 신청이 있는 경우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휘문고의 자사고 지정취소를 발표하며 사학비리 등이 발생할 경우 언제든 자사고 지정취소가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오는 2025년 전체 자사고가 일반고로 일괄 전환된다고 해서 휘문고처럼 상당한 회계 부정이 유지되는 학교가 계속 자사고로 유지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이라며 “앞으로도 휘문고처럼 지정취소 사유가 발생하면 지정취소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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