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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원화의 방향성보다 속도다. 숨 가쁘게 달리는 원화 절상 속도에 우리나라 수출품이 주요 교역 대상국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싸지면 수출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당장 수출기업의 수익성 악화도 우려된다.
다만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한 기업이 늘었고 최근에는 원자재 수입가격이 수출가격보다 더 내려간 점 등을 고려하면 환율로 우리 경제가 입는 타격을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종합적인 원화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실질실효환율(REEF)의 수준이 여전히 과거에 비해 높지 않아 환율의 부정적 여파가 예전보다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달러인덱스(DXY)가 2일(현지시간) 기준 연고점 대비 11.36% 하락한 가운데,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4.67% 상승했다. 반면 코로나19 위기에서 빠르게 경제를 회복하고 있는 위안화도 역외에서 달러 당 8.48% 하락(연고점·5월22일) 하는 데 그쳤다. 원화가 주요 교역 상대국보다 가파르게 절상하고 있는 것이다.
실질실효환율은 두 나라 간 돈의 상대가치를 나타내는 명목환율과 달리 주요 교역대상국 전체의 환율변동에 대해 원화의 가치 변동을 파악하는 지수다. 무역비중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산출해 교역환경에서 한 국가의 통화의 상대적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 미국, 일본 등의 무역비중이 큰 만큼 달러화, 위안화, 엔화 환율에 값이 좌지우지된다. 통상 실질실효환율지수가 100 이상이면 주요 교역대상국보다 고평가, 100 이하면 저평가를 나타낸다.
실질실효환율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1월에도 달러 대비 원화는 평균 1115.2원으로 전월(1141.93원)보다 2.3% 하락(원화 가치 상승)했다. 달러뿐만 아니라 위안화 당 원화가치도 0.8% 상승(1위안당 평균 168.94원)했고, 엔화에 대해서도 1.6% 올랐다(100엔 당 1068.43원). 주요 교역 대상인 미국, 중국, 일본보다 한국 상품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가파른 상승세에도 최근 4년에 비하면 아직 수준은 높지 않은 편이다. 2016년(109.0), 2017년(112.5), 2018년(113.4)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해 108.5로 떨어졌지만 올해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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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우리나라 수출품의 품질경쟁력도 높은 수준에 와있다”며 “수입 중간재를 많이 쓰고 해외로 생산시설이 많이 나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수출에 미치는 환율 하락의 부정적 영향이 상쇄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