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 최대 피해자는 '중견기업'

"제빵·장류 등 업종전문화기업 발목 잡을 수 있어"…'법 사각지대' 놓인 외국계 기업에 유리하다는 우려도 제기
  • 등록 2017-02-28 오전 5:00:00

    수정 2017-02-28 오전 5:00:00

[이데일리 강경래 김정유 기자]1946년 설립된 ‘샘표’는 70년 이상 간장과 고추장, 된장 등 장류사업에 주력하며 성장해온 ‘업종전문화기업’이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자제하며 장류라는 한 우물을 판 이 회사는 2010년에서야 중견기업에 편입되며 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중견기업에 진입한 이듬해 된서리를 맞았다. 2011년에 도입된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와 관련, 주력인 장류 3종이 모두 중기적합업종에 지정된 것. 이후 이 회사는 장류 제품을 판매하는데 있어 많은 제약이 따르면서 현재까지 실적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계가 현행 적합업종 제도의 근거법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 개정안 통과에 이어 ‘생계형 소상공인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까지 추진하며 적합업종 법제화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회 주도로 논의되고 있는 적합업종 법제화 움직임이 전문성을 키워온 중견기업들의 오히려 성장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애초 중소기업 보호라는 취지와는 달리, 일부 규모 있는 중소기업과 외국계 업체들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이달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통과한 상생법 개정안은 다음 달 2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도 통과가 유력하다. 상생법 개정안은 현행 적합업종 권고기간(최장 6년), 사업조정 권고내용 등을 보다 명확히 하며 기존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중소기업계에선 이를 적합업종 법제화의 ‘첫 걸음’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불고있는 경제민주화 바람을 적극 활용, 실질적인 적합업종 법제화 추진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중기 적합업종 지정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샘표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업종전문화를 통해 건실하게 성장해온 중견기업까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적합업종 법제화가 일부 규모 있는 중소기업, 심지어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계 기업들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국내 발광다이오드(LED)조명 시장에서 오스람과 필립스 등 외산 비중은 2011년 4.5%에서 2013년 10%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 기간 동안 LED조명이 적합업종에 포함되면서 중견기업은 해당 분야에 진입할 수가 없었다. 그 사이 외국계 업체만 시장점유율을 높인 셈이다.

또 중견기업에 원재료를 납품하는 대상이 소기업과 농가 등인 점을 감안할 때, 중소기업보다 더 약자에 해당하는 집단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11년 두부품목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후 콩을 재배하는 농가들의 수입이 감소하면서 ‘국산콩 두부중기적합업종 해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지난 1979년에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는 당해 품목 수가 23개에서 1987년에는 237개까지 확대됐다”며 “하지만 이 제도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1994년부터 지정 해제가 확대됐으며 참여정부인 2006년에는 폐지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고유업종제도가 부활한 격인 적합업종 법제화는 결국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중소기업과 함께 중견기업의 경쟁력 저하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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