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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뛰는’ 미국 경제와 ‘기는’ 한국 경제. 미국이 호황을 구가하는 와중에 국내에서 때아닌 경기 논쟁이 벌어져 관심이 모아진다.
그 방증은 장기시장금리다. 장기시장금리는 한 나라의 경기와 물가 수준을 반영하는데, 미국의 국채 10년물 금리는 어느덧 3.1%를 넘어섰다. 예상 밖 급등세다. 반면 국내 금리는 경기 둔화 우려에 미국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추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미국에 이끌려’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 장기시장금리, 넉달째 역전
1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8일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3.1bp(1bp=0.01%포인트) 하락한(채권가격 상승) 2.765%에 거래를 마쳤다. 대표적인 장기시장금리인 10년물 금리는 이번달 15일(2.814%)을 단기 고점으로 계속 내리고 있다.
만기가 긴 장기국채의 금리는 경기와 물가 전반의 기대에 영향을 받는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국채의 금리와 다르다. 장기시장금리가 내리는 건, 즉 장기국채 가격이 오르는 건 경기 둔화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우려가 커져 비교적 안전한 자산인 채권을 매수하려 한다는 뜻이다.
임혜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단기간 내 극심한 침체를 겪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다만 대내외 환경이 경기 하방 리스크(당초 예상보다 둔화할 수 있는 리스크)를 높이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생산과 투자 관련 지표들은 경기 회복세 안착을 확신하기 어렵다”며 “고용 상황은 예상보다 조금 더 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주목되는 건 미국 금리는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과 비교해 1.40bp 상승한 3.1122%에 마감했다.
당초 전망을 뛰어넘는 흐름이다. 이 금리는 올해 들어서만 70.2bp 올랐다. 우리나라(29.6bp)보다 오름 폭이 40bp 이상 크다.
두 나라간 장기시장금리 자체도 2월 초부터 넉달째 역전됐다. 국내 금리는 2.8%를 좀처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반면, 미국 금리는 3%를 돌파한지 오래다. 시장은 3월 기준금리 역전보다 한 달여 앞서 움직였던 셈이다.
그만큼 미국 경제의 호황 국면이 뚜렷하다. 미국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3% 올랐다. 두 달 연속 증가세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 고공행진 탓에 구매력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소비 심리는 공고함이 확인됐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도 매달 2% 초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1%대에 그치는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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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미국 이끌려 인상 나설 수도”
상황이 이렇자 한은 통화정책이 미국에 이끌려갈 수 있다는 걱정이 부쩍 많아졌다.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데도 미국을 따라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다. 다수의 거시경제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장 피해야 할 시나리오’다.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 국내 경기와 물가는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면서도 “다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미국의 정책 방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