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위기 숙박업]1.1억짜리 호텔룸이 1300만원에 경매行

위기의 숙박업…中·日 관광객 끊기고 코로나19 대형악재
강원도 하루 평균 1곳, 전국선 6곳가량이 도산
평균 낙찰율 10%대, 낙찰가율 30%대 그쳐
  • 등록 2020-04-07 오전 5:45:57

    수정 2020-04-07 오전 5:45:57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강원 태백시 라마다호텔&리조트의 8개실이 이달 중 경매법정에 선다. 지난해 9월 감정가 1억2100만원에 첫 경매에 부쳐졌으나 5회나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 2033만원(감정가의 17%)까지 떨어졌다. 수익형 분양호텔인 이 곳은 지난 2015년 4월 평균 9500만원에 분양했고, 사업자는 당시 임대수익으로 분양가의 8%를 10년간 보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4년여 만에 줄줄이 경매장에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월엔 다른 8개실(각 감정가 1억1600만원)이 7차례 유찰 뒤 1300만원까지 떨어진 끝에 낙찰됐다. 각 감정가 1억1600만원으로 낙찰가율이 12%에 못 미치는 헐값이다. 감정가의 10% 초반대까지 낮춰도 사려는 사람이 없자 또 다른 7개실은 경매를 취소하기도 했다.

비단 이 호텔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원도에선 작년부터 올해 3월까지 총 488곳, 월평균 숙박업소 32곳이 경매에 부쳐졌다. 전국으로 넓혀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심각하다. 같은 기간 경매에 부쳐진 곳이 총 2804곳으로 월평균 187곳에 달한다. 일 년 넘게 강원도에서 하루 평균 한 곳, 전국에선 하루 6곳 이상이 도산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숙박업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나라 관광산업이 안팎으로 처한 위기 탓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2017년 봄 중국 정부에서 한국 관광을 전면 금지한데다 한·일 관계도 나빠지면서 외국 관광객이 크게 줄었고, 내수경기 위축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까지 덮쳤다.

숙박업계는 앞으로가 더 큰 걱정이라고 말한다. 전국이 상춘객으로 넘쳐나야 할 봄이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사정이 나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쌓여 있는 물건도 팔리지 않는데, 올해 들어서 새롭게 법원 경매 신청이 이뤄진 게 120곳이다.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장은 “전국 모든 숙박업소가 매매나 임대로 나와 있다고 봐도 된다”며 “운영이 너무 어려워 내년쯤이면 경매가 엄청나게 쏟아져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지옥션 오명원 연구원도 “숙박업소의 최근 평균 낙찰률은 10%대, 낙찰가율은 30%대에 그친다”며 “건물 용도 변경이 쉽지 않은 숙박업소 특성을 고려하면 건물을 넘겨받아 사업을 새로 시작하려는 이들이 그만큼 적다는 의미로 업계 위기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관광한국이란 말이 무색해져서 이대로 방치했다간 관광업, 숙박업이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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