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남의 집 얹혀 살던 방시혁, 대한민국 10대 주식부자 되다

커리어 초반 순탄치 않아…남의 집 얹혀 살기도
지지부진하던 BTS도 SNS 소통 돌파구 삼아 성공
자본시장서는 '불통' 지적…상장 첫날 주가 하락
투자자 "BTS 군대가면 어쩌나" 우려
  • 등록 2020-10-16 오전 3:00:00

    수정 2020-10-16 오전 7:01:12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아는 형 집에 얹혀살며 한 곡만이라도 팔리길 기도했던 남자가 대한민국 10대 주식부자에 올라섰다. 방시혁 빅히트(352820)엔터테인먼트 의장의 얘기다. 케이팝을 알리겠다며 골방에서 고군분투하던 과거를 넘어 명실상부 케이팝의 아버지로 자리잡은 그. 이젠 대중음악계를 넘어 자본시장에서도 기록을 써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공동취재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코스피 상장 첫날인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서 열린 빅히트의 상장 기념식에서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의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단숨에 대한민국 주식부자 8위…서경배 다음

1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빅히트는 4.44% 내린 25만 8000원에 장을 마쳤다. 공모가(13만 5000원)보다는 높은 수준이나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 기록 후 상한가 기록)’ 기록에는 실패했다. 최근 상장했던 SK바이오팜(326030)이나 카카오게임즈(293490)가 첫날 따상을 기록하며 호조를 보인 것과는 반대다.

다만 공모가가 워낙 높은 수준으로 결정된 데다, 상장 이후 공모가의 두 배 수준에서 거래가 마무리되면서 방시혁 의장의 지분 가치는 크게 치솟았다. 방시혁 의장이 가진 주식은 1237만 7337주인데, 이날로 지분가치가 3조 1933억원으로 뛰었다.

이는 재벌닷컴이 집계한 국내 상장사 주식재산 순위(지난달 말 기준) 8위에 해당한다. 1~7위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8조 92억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7조 1086억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4조 7403억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4조 5252억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4조 5154억원)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라움 관장(3조 2492억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3조 2440억원) 순이다. 방시혁 의장이 빅히트 상장 하루 만에 대한민국 10대 주식부자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순탄치 않았던 커리어…소통 덕에 돌파구 찾아

얼핏 보기에 ‘벼락 부자’처럼 느껴지는 방시혁 의장이지만 처음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이를 증명하는 게 2000년대 초반의 에피소드다. 2000년대 초반 방시혁 의장은 박진영 JYP Ent.(035900) 대표와 함께 케이팝의 미국 진출을 꿈꾸며 미국의 아는 형 집에서 얹혀산 적이 있다. 1년이 지나도 두 사람이 쓴 케이팝은 한 곡도 팔리지 않았고 이후 방시혁 의장은 꿈을 접고 한국에 귀국했다. 그 후 방 의장은 2005년 빅히트라는 레이블로 독립한다.

새로 닻을 올린 레이블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혼성 그룹 에이트는 그럭저럭 인지도를 올렸으나, 빅히트가 2012년 배출했던 걸그룹 ‘글램’은 멤버 중 한명이 배우 이병헌 협박 혐의로 실형선고를 받으면서 데뷔 3년 만에 해체되기도 했다.

그런 아픔을 겪던 와중 2013년 방탄소년단(BTS)이 데뷔했다. BTS 역시 소녀시대, 엑소의 후광에 가려져 초반 1~2년은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쩔어’ ‘불타오르네’ 등의 곡이 반응을 얻으면서 점차 글로벌 아이돌로 성장하게 된다.

연예가에서는 BTS의 성공 비결로 방시혁 의장의 리더십 변화를 꼽는다. BTS 멤버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했고, 멤버들은 이를 통해 SNS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며 팬들과 소통했다. 중소형 기획사 출신이라는 약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SNS란 창구를 통해 이를 극복했다. 소통이야 말로 BTS와 빅히트, 그리고 방시혁 의장을 한류의 왕좌에까지 올려놨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증시 데뷔와 함께 지적된 ‘불통’…이겨낼까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빅히트가 시장에 데뷔하면서 불거진 문제 중 하나가 ‘소통 부족’이라는 점이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빅히트는 기관투자가나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기는 커녕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빅히트에 대한 불신을 키우기만 했다. 주요 엔터테인먼트 3사의 현 주가에 비해 네 다섯배 가량 높은 공모가에 대해서도, 기재된 재무제표의 세부사항에 대해서도, 기초적인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빅히트는 입을 닫았다. 그저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대로 시장이 믿어주길 바라기만 했다.

상장 첫날 하락 마감한 빅히트의 주가는 이러한 소통부족이 낳은 결과다. 시장 참가자들은 빅히트의 주가가 이렇게 높아야 할 이유에 대해 설득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중에서는 ‘BTS가 코로나 치료제를 만들어야 이 주가가 납득가능하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이도 있다.

한 주식투자자는 “BTS는 방시혁 의장이 키웠다기 보단 스스로 성장했고 빅히트는 서포트해줬을 뿐”이라며 “기획사로서 능력이 입증되지도 않았는데 당장 내년에 BTS 군대가기 시작하면 매출 나올 곳도 없고 이 주가는 납득이 안 된다”고 언급했다.

‘대중문화계에서 자본시장으로’. 방시혁 의장은 이날 새로운 세계로 첫 발을 내딛었다. 그의 인생 경로를 보면 그는 ‘슬로우 스타터’다. 그의 도전은 한 번에 성공하는 법이 없었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겨우 빛을 보는 타입이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가장 큰 빛을 안겨준 건 BTS이고, 그 BTS는 소통으로부터 돌파구를 얻었다. 자본시장으로 온 방시혁 의장의 달력은 오늘로 다시 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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