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쪽짜리' 광복70주년 유감

  • 등록 2015-07-28 오전 6:15:10

    수정 2015-07-28 오전 6:15:10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서울 도심에서 담장 하나로 이웃한 공공미술관 두 곳이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기획전을 마련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거장 이쾌대, 해방의 대서사’ 전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의 ‘북한프로젝트’ 전이다. 이들 특별전은 국내 대표적인 국공립미술관인 두 기관이 올해 가장 중요한 전시로 꼽았을 만큼 심혈을 기울인 것이다. 광복 70주년이라는 의미에 걸맞게 여타의 전시보다 준비기간도 길었다. 내용도 알찬 편이었다. 그럼에도 두 곳 모두 감출 수 없는 허전한 면이 있다. ‘북한’이 빠져서다.

월북화가인 이쾌대의 작품을 망라한 ‘이쾌대’ 전은 1988년 해금된 뒤 1991년 신세계미술관에서 연 첫 개인전 이후 24년 만의 대규모 전시로서 기대를 모았다. 이쾌대의 작품을 다시 한곳에 모았고 이전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유품과 자료, 드로잉도 내놨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1965년 북한에서 숨지기까지 이쾌대가 말년을 보낸 북한에서의 작품과 자료는 빠진 반쪽짜리 전시였다. 미술관 측은 2010년 5·24조치로 경색된 남북관계 탓에 북한과의 접촉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와 관련해 북한과의 직접적인 작품 교류를 추진하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전시 오픈 후 얼어붙은 남북관계 탓에 성사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다양한 예술적 시선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이를 통해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겠다는 취지가 약해진 것이다.

남북관계가 어려워진 건 물론 정치적인 이유다. 사실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크다. 차라리 광복 70주년이란 명분을 앞세워 문화예술 분야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면 북한도 딱히 거절할 명분을 내세우지 못하는, 일말의 남북 접촉 가능성이 있지 않았을까.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난 지 70년. 문화예술차원의 교류조차 막혀버린 반쪽짜리 남북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런 상황을 반길 나라가 바로 식민지지배의 횡포를 휘두른 일본이 아닐까 여긴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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