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새 선장에 배재훈 내정…조선·해운 수장 물갈이 신호탄

전 판토스 대표이사…물류 전문가
일각 “타업계 출신 말이 되나”
‘구원투수’ 정성립·유창근 사장 잇단 사퇴
현대상선, LG 출신 배재훈 외부영입
매각 앞둔 대우조선은 내부인사가 맡을 듯
채권단 손 넘어간 한진重도 교체 불가피
  • 등록 2019-03-08 오전 6:00:00

    수정 2019-03-08 오후 4:17:24

최근 사의를 밝힌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왼쪽부터)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현대상선 새 수장에 내정된 IT출신 배재훈 전 범한판토스 대표.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산업은행의 관리 체제에 놓여있는 조선·해운사 수장들이 이달 중 대거 물갈이된다. 2015~2016년 조선·해운업 위기 때 친정 부활을 위해 등판한 구원투수들이 잇달아 사의를 밝히면서 차기 최고경영자(CEO) 인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경영진의 인적 쇄신을 꾀해 경영 혁신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기업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KDB산업은행은 지난 6일 경영진추천위원회 결의를 거쳐 현대상선 신임 CEO에 배재훈 전(前) 범한판토스 대표이사를 내정했다고 7일 밝혔다. 추천위는 지난 5일 4명의 후보자에 대한 면접을 실시하고, 배 전 대표를 최종 후보자로 낙점했다. 배 내정자는 12일 이사회 의결 후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 안건이 통과하면 정식 임명된다.

1953년생인 배 내정자는 배명고와 고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해 LG반도체, LG전자 해외마케팅 담당 부사장과 범한판토스 대표를 거쳤다. 대형물류회사 CEO를 6년간 역임한 물류전문가로 영업 협상력과 글로벌 경영역량, 조직관리 능력 등을 겸비했다는 게 산은 측의 평가다.

산은은 “이번 선임 과정에서는 현대상선의 경영혁신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과 글로벌 역량·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현대상선의 현안들에 새롭게 접근함으로써 회사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에 큰 역할을 할 적임자”라고 기대했다.

컨테이너 해운 경험이 없는 2자물류업체(물류 자회사) 출신이 국내 최대 원양선사를 이끌게 된 만큼 한진해운 출신인 박진기 전 상무를 영입해 핵심사업인 컨테이너선 영업 총괄을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8년 연속 연간 적자를 기록하는 등 환경 규제, 해운동맹 재협상, 초대형 선박 발주 등 주요 해운 현안을 앞두고 있어 차기 CEO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산은은 그동안 컨테이너 사업에 대한 이해보다 경영 체질 개선 능력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외부 인사를 물색해왔다. 실제로 이동걸 산은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미래지향적인 인물을 뽑을 때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새 CEO는 기업 경영에 유능한 동시에 미래지향적 사고를 지닌 인물이 필요하다”며 “정보기술(IT) 전문가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30년 해운 전문통인 유창근 대표도 견디지 못하고 사퇴하는 상황에서 타업계인 대기업 출신이 말이 돼냐”며 반문했다.

차기 수장으로서 조직을 장악하고 글로벌 메이저 컨테이너선사 수장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네트워킹을 갖춘 인물이 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해운 전문가는 “글로벌 20위권 컨테이너선사 수장에 비해운출신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며 “글로벌 해운 네트워킹을 갖춘 적임자를 선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영화 작업에 나선 대우조선해양도 정성립 사장의 사의 표명에 적임자 찾기가 한창이다. 문제는 현대중공업에 매각되는 상황에서 선뜻 수장에 나설 인물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조선업 한 관계자는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임시로 자리를 채우는 꼴인 만큼 후임에 내부 인사 선임이 유력하다”며 “현재 내부에서 내정할 수 있는 인물은 사내이사인 재경본부장 이근모 부사장과 현 조선소장인 이성근 부사장 정도”라고 말했다. 두 부사장은 정 사장과 함께 대우조선 경영정상화에 힘쓴 인물로 알려졌다. 다만 현대상선 새 수장에 타업계 출신이 전격 내정된 만큼 전문직 경영자나 산은 출신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한진중공업도 주인이 산업은행 중심의 채권단으로 바뀌면서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남호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뗀다. 후임으로는 이병모 전 STX조선 사장이 물망 올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 관리를 받는 기업 CEO는 오너가 있는 기업에 비해 오히려 운신의 폭이 좁아 기피하는 자리”라며 “그럴수록 업계를 잘 아는 인물을 선택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표> 현대상선 신임 CEO 배재훈 내정자 주요 경력

출생/ 1953년 대구 출생

학력/ 배명고, 고려대 전기공학 학사, 숭실대 경영학 박사

경력/ △1983년 럭키긍성상사 입사 △1999년 LG반도체 미주지역 법인장 △2008년 LG전자 MC해외마케팅 담당 부사장 △2010~2015년 범한판토스 대표이사 △2016년 우송정보대학 산학협력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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