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 배경을 보면 의대를 졸업하면 의사가 되는 것이 당연한 귀결이라는 관념이 자리한다. 하지만 ‘의대졸업= 의사’라는 고정관념은 더이상 들어맞지 않는다. 오히려 시대적 흐름은 더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로 진학할 것을 요구한다. 의대를 졸업하면 의사라는 직업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역량을 발휘할수 있는 길이 본격적으로 열리고있다.
의대를 나온 우수 인재들을 가장 필요로 하고 있는 대표적 분야가 바이오산업이다. 특히 유전체, 줄기세포 치료제 등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바이오산업은 젊고 유능한 의사들의 수혈이 절실하다.
이들은 의대에서 쌓은 다양한 바이오 관련 전문지식과 역량을 바이오벤처 창업을 통해 꽃을 피우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목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회사를 키워내는 것이다. 세상에 없는 치료제를 개발해 치명적 질병으로부터 수많은 환자를 구해낸다는 점에서 이들의 역할과 사명은 의사라는 직업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과학분야 가운데 가장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연구한다는 측면에서 최고봉이기도 하다.
보수적이라는 서울대 의대가 지난 7월 의대생 대상으로 창업교육과정을 신설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무엇보다 의대=의사라는 공식이 깨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대도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아닌 바이오기업 창업등으로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히고 있다.
지금 세계 제약·바이오업계는 수백년동안 시장을 장악해온 화학합성 의약품이 바이오 의약품으로 바통을 넘겨주는 대변혁기를 맞고있다. 삼성전자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바뀌는 시대적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국내 바이오사들도 바이오 대전환기를 제대로 활용하면 글로벌 절대강자로 부상할수 있는 호기다.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에 진학하는 것을 막는대신 이들을 의대에서 연구개발 전문가로 키워낼수 있는 교육혁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