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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만난 덤프트럭 기사 최모(47)씨는 “지난해만 해도 이곳에 도착하면 바로 모래를 받아갈 수 있었지만 요즘은 기본 3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수도권 레미콘용 모래수급, 빨간불
전국 건설물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수도권의 레미콘용 모래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건설에 필요한 수도권 모래수요가 2856만㎥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골재협회 조사결과 올해 수도권 건설에 필요한 모래는 총 3896만㎥로 집계됐다. 수도권 아파트 건설물량이 올 상반기 한꺼번에 몰리면서 모래부족 물량이 1040만㎥에 이르게 된 것이다.
건설수요 증가는 올 1분기 레미콘 업계의 호황으로 이어졌다. 업계 1위 유진기업(023410)의 올 1분기 개별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31.41%나 늘어난 1353억원을 기록했다. 아주산업의 올 1분기 매출액도 전년 동기대비 49% 넘게 증가한 1181억원을 나타냈다. 그러나 최근 모래부족으로 레미콘 업체의 생산량은 올 2분기 들어 전분기 대비 3분의 2수준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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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바닷모래다. 올해 수도권 바닷모래 수요는 1396만㎥지만 실제 수도권에 공급 가능한 바닷모래는 982만㎥밖에 되지 않는다. 414만㎥의 바닷모래가 부족한 셈이다. 수도권 바닷모래는 인천 옹진군·충남 태안·서해 EEZ(배타적경제수역) 등 3지역이 공급을 담당하나 수년째 공급량은 제자리걸음이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이 따르지 못하다보니 바닷모래 가격은 폭등했다. 한 인천지역 골재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당 9000원~1만원하던 바닷모래 가격이 올해는 1만3000원까지 뛰었다”며 “30% 이상 가격이 뛰어도 없어서 못 파는 상태”라고 말했다.
모래부족에서 시작된 레미콘 공급부족은 공사현장까지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관급공사서 레미콘이 제때 안 오거나 물량이 적게 오는 것은 이미 일상이 됐다”며 “요즘은 위례신도시같은 대규모 아파트 건설현장에 들어오는 레미콘 양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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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레미콘 파동에 대한 해법이 딱히 없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수도권 바닷모래 공급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옹진군 모래공급량이 금어기(禁漁期)를 맞아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월 평균(80만㎥)의 45%(36만㎥) 수준으로 줄어든다.
모래 파동을 앞두고 그나마 채취량을 늘릴 수 있는 통로는 바닷모래 채취 허가량 확대다. 바닷모래 추가 채취는 지자체와 해양수산부가 사업변경 협의를 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절차도 최소 1~2달은 걸려 다가올 모래 부족 사태를 넘기기에는 기일이 촉박하다. 더욱이 해수부는 환경파괴를 우려해 추가 바닷모래 채취를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불량골재인 마사토와 제한적으로 사용돼 수요를 감당키 힘든 순환골재를 장려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서해 EEZ 물량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최준영 국토부 건설인력기재과 서기관은 모래부족 사태에 대해 “서해 EEZ 모래 물량 1000만㎥ 중 일부를 수도권으로 돌려 모래부족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답했다.
골재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레미콘 파동을 눈앞에 두고도 별 반응이 없는 것은 과거 경험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골재업체 대표는 “2004년 옹진군 모래채취가 중단된 후 골재파동이 일어나자 부랴부랴 채취를 재개시켰다”며 “정부는 그간 어떻게든 모래수급이 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