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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황현규 김보겸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A여관, 성인 한 명이 서 있으면 꽉 찰 정도로 좁은 1m 남짓한 복도에는 8개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화재가 발생해 투숙객이 몰려나오면 대피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구조다. 그나마 있는 소화기도 복도 끝에 비치돼 있어 불이 나도 사실상 사용이 어려워 보였다.
앞서 전라북도 전주의 한 여인숙에서 불이 나 투숙객 등 3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서울도 안전 사각지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데일리가 서울 시내 여인숙과 여관 등 10곳을 둘러본 결과 대다수는 소화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고 비상구 또한 마련하지 않았다. 심지어 실내 흡연이 허용된 곳도 있었다.
복도는 한 명이면 꽉 차…“창문도 안 열려”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시내 여인숙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40년 전에 만들어진 건물이 대다수였는데, 노후된 탓에 화재에는 더욱 취약한 모습이었다. 1968년에 지어진 서울 종로구의 한 3층짜리 B 여인숙에는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 여인숙에는 총 11명이 살지만 사용 가능한 소화기는 고작 1대에 불과했다. 심지어 창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화재시 밖으로 대피할 수 없는 여인숙도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 C 여인숙의 2평 남짓한 방에서 열 수 있는 창문 틈이 고작 10㎝ 남짓. 머리를 내밀기도 어려울 정도로 좁은 틈이었다. 여인숙 주인은 “창문이 오래돼 열리지 않는다”며 “환기할 때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한 가지 황당한 풍경은 방마다 비치된 재떨이였다. 기자를 방으로 안내한 주인은 “화장실에서 피거나 창문에 대고 피면 된다”며 “불이 날 수 있으니 이불 위에서만 피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여인숙의 방은 총 20개로, 달방으로 장기 투숙하는 거주자는 15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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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여인숙에 소방차 접근도 어려워
또한 대부분 여인숙이 좁은 골목 안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탓에 화재가 발생해도 진화작업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도 문제다. 여인숙 18곳이 몰려 있는 종로구 창신동 여관촌의 길폭은 1.5m가량에 불과했다. 소방차는커녕 소형차도 지나가기 힘들었다. 심지어 3개 이상의 골목을 꺾고 들어가야지만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길이 복잡했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는 15m가량의 수(水)관을 하나하나 연결한 후 사람이 직접 골목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소방차로 불을 끌 때보다는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소방청은 “다음 달 중으로 지자체와 협의해 여관·여인숙의 신고 현황과 소방 시설 정비 점검, 화재 예방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여인숙 화재 방지를 위한 현실적 대안은 사용 가능한 소화기를 비치해 두고 화재 시 즉시 사용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라며 “여인숙의 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가 소방 안전교육 규정을 만들어서 여인숙 관리자들에게 정기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