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본소득 시동거는 巨與…"공짜점심 없어, 증세 불가피"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정·청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고용, 수출 등 실물경제의 위축이 본격화 하고 있어 더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홍 부총리와 이 대표가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을 놓고 재정 지출에 이견을 보이자 정 총리가 중재에 나선바 있다. 뉴시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기본소득 정책을 전담하는 위원회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장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맡는다. 기본소득은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현금성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상시적으로 확장한 개념이다.

확장적 재정을 넘어 유럽식 ‘중(重)부담·중(重)복지’ 복지국가로 도약하자는 게 2022년 대선을 앞둔 여권 구상이다. 그러나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해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 내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두고 벌어진 당·정 불협화음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5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맡고 있는 소병훈 의원은 이르면 다음 달에 국가기본소득위원회 구성 등을 담은 ‘기본소득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발의한다.

소 의원은 “한시적인 재난지원금, 서울시·경기도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논의할 때”라며 “여야 모두 제정안 초안에 대해 반대하지 않고 있어 가능한 빨리 총리 주도의 위원회를 출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제정안 초안에 따르면 위원회는 정세균 총리와 민간 전문가가 공동위원장을 맡게 된다. 위원은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 장관과 민간 전문가 등 30명으로 구성된다. △기본소득 제도 설계 △재원 마련 방식 △서울시·경기도 등 지자체와 협업 방안 등을 검토하게 된다. 올해 하반기 출범이 목표다.

최대 관건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다. 만약 모든 국민(5200만명)에게 100만원씩 지급하면 연 52조원이 필요하다. 반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한 탓에 재정건전성은 역대 최악이다. 작년·올해 2년 연속으로 ‘세수 펑크’(세입 결손)가 예고되는 등 세입 여건도 녹록지 않다. 기본소득 지급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세출 구조조정만으론 불가능한 만큼 결국 세입을 확대하기 위한 대규모 증세가 불가피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전국민 고용보험을 추진하고, 복지국가 아이디어 중 하나로 기본소득 논의도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중장기 증세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대규모 재정지출과 증세를 동반하는 기본소득 도입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회에서 “기본소득은 여러 나라가 시도했지만 정착된 나라는 없다”며“재정당국 입장에선 굉장히 신중해야 할 사안”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국민의 세 부담이 크게 늘 수밖에 없다”며 “준비 없는 포퓰리즘이 되지 않도록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부진 등으로 2019~2020년에 2년 연속으로 세수가 줄어들 전망이다. 국세가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국세청 국세통계연보를 통해 연도별 국세를 확인할 수 있는 1985년 이후 처음이다. 확장적 재정을 계속 추진하려면 세입을 확충하는 증세 논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8년은 국세통계연보, 2019년은 국가결산, 2020년은 기획재정부 1차 추경 기준 잠정치다. 단위=조원 [출처=국세청 국세통계연보, 기획재정부]

경기 부진 등으로 올해 국세는 291조2000억원(1차 추경 기준)으로 작년(293조5000억원)보다 2조3000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감소 폭은 2009년(-2조8000억원) 이후 11년 만에 최대다. 1985~2018년까지는 국세통계연보, 2019년은 국가결산, 2020년은 기획재정부 1차 추경 기준 잠정치다. 단위=억원 [출처=국세청 국세통계연보, 기획재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