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업급여도 ‘눈먼 돈’이 돼버린 한심한 세태

  • 등록 2020-06-30 오전 5:00:00

    수정 2020-06-30 오전 5:00:00

실업급여를 받으려고 재취업을 기피하는 풍조라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실업자의 생활안정과 구직활동을 돕는다는 제도의 취지가 완전 왜곡됐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 실업급여가 그렇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실업급여 수급자 110만 7000여명 중 수급기한 내 취업자는 28만 4000여명(25.7%)에 그쳤다. 수급자 재취업률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29.8%로 30%선이 깨진 뒤 계속 25%대에 머무르고 있다.

재취업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일자리 부족이다. 경제정책 실패로 가뜩이나 실업이 늘어난 터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기존 일자리조차 대거 사라지는 추세다. 그러나 실업급여 때문에 재취업을 포기한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한 달 동안의 최저임금(179만 5000원)보다 실업급여(최소 181만원)가 많은 상황이니만큼 웬만하면 굳이 취업할 마음이 들지 않을 만도 하다.

재취업을 회피하는 편법도 판친다고 한다. 요건만 충족되면 실업급여를 계속 탈 수 있는 점을 악용해 고의로 단기 취업을 이어가는 것도 그중 하나다. 3년간 실업급여를 3회 이상 탄 사람이 지난 1~4월에만 2만여명으로 연간 6만명을 훌쩍 넘는다. 구직활동을 한 것처럼 보이려고 엉터리 이력서로 서류전형에서 일부러 떨어지거나 사측의 고용연장 제의를 뿌리치고 실업을 택하는 것도 매한가지다.

정부는 작년 10월 실업급여를 퇴직 전 평균임금의 60%로 높이고 수급기간도 30일 늘렸다. 고용안전망 확대라는 바람직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일하는 게 손해”란 말까지 나돌아선 곤란하다. 재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2012년 이후 계속 흑자였던 고용보험기금은 지난해 8000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고용보험 적립금도 2017년 10조원에서 지난해 7조원으로 감소했다. 이러다간 올 연말에는 바닥날 전망이다. 지난해 올린 고용보험료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얘기다.

실업급여마저 ‘눈먼 돈’이 돼선 안 된다. 근로의욕을 꺾고 상습 수급자 양산으로 다른 고용보험가입자들이 손해 보는 현실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수급심사 강화로 가짜 수급자를 철저히 가려내는 한편 수급기준 등 전반적 제도 개선을 서두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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