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의사①]“혼자 삭제하려다 1주일 허송...옆남자가 갸우뚱 쳐다본다”

  • 등록 2017-09-24 오전 6:30:00

    수정 2017-09-24 오전 6:30:00

[이데일리 김일중 기자]


모르는 번호로부터 문자가 왔다. 낯선 인터넷링크와 함께…. 왠지 가슴을 짓누르는 불안감.

떨리는 손으로 링크를 눌렀다. 그리고 스마트폰 가득 채워지는 사진. 내 얼굴과 볼을 맞대고 있는 한 남자. 전 남친이다.

반년 전 헤어질 때 내 폰에 있던 사진은 다 지웠는데 무슨 일이지? 그러고 보니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이다. 설마…. 쿵쾅거리는 가슴을 잡고 눌렀다. 역시…

언제 찍었지 이것만일까. 전화를 되걸었지만 받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에 영상에 붙어 있는 제목으로 검색을 해봤다.

오! 하느님. 같은 영상, 비슷한 사진이 여러 페이지에 걸쳐 나온다. 올라가 있는 사이트도 모두 다르다. 이것을 어떻게 다 없애지? 누가 알면 안 되니 내가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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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이 지났다.

국내 포털에 올라온 것은 사이트 신고센터에 신고하려하니 뭐가 이리 복잡한지….

몇 시간 만에 접수하니 어떤 사진은 블라인드 처리만 됐다. 물론 30일이 지나 이의제기가 없으면 삭제된다지만 불안하다.

외국 사이트에 올라간 것은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짧은 영어로 메일을 보냈지만 묵묵부답이다.

방통위와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려하니 직접 증거를 수집해 알려달라고 한다. 이것을 또 찾고 또 보라고? 게다가 조치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단다. 가슴이 답답해 온다.

지하철 타고 퇴근하는 길. 옆에 앉은 남자가 흘끔 쳐다보며 갸우뚱 거린다. 혹시 내 영상을 본 걸까?

집에 왔다. 컴퓨터를 켜니 제목만 바꾼 똑같은 영상과 사진이 또 올라왔다. 이번엔 다른 사이트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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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디지털 장의사가 떠올랐다. 이런 일을 처리해준다던가.

일을 맡기고 3일째 날

검색해보니 모두 사라졌다.

연락해보니 해외 불법사이트 일부만 빼고 다 지웠다고 한다. 그 마저도 며칠 안에 해결할 것 같다고 한다.

완전히 삭제되면 처리과정과 결과를 메일로 보내준다고 한다.

혹시 다른 이름으로 또 올라올지 몰라 3개월 동안 관리받기로 다시 계약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맡길 것을… 혼자 해보려다 흘러간 시간이 끔찍하다.

가슴을 짓누르던 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이제야 살 것 같다.



※개인이 자신에 대한 악성 게시물을 혼자 없애려다 피해를 키운 사례를 바탕으로 가상으로 꾸며봤다. 온라인 악성 게시물, 특히 디지털 성범죄물은 해외까지 퍼진 경우가 많아 개인이 지우기는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시간만 들이다 감당못할 수준으로 피해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장의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빨리 받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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