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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재(56)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29일 서울대에서 기자와 만나 “오늘날 미국 실리콘벨리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인력과 기술, 인수합병(M&A) 등이 제 값에 거래될 수 있는 공정거래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가 후려치기와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초래하는 불공정 관행이 뿌리 뽑혀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내 ‘교수 기업인’ 원조인 박 교수는 1998년 서울대 실험실 1호 벤처기업인 에스엔유프리시젼을 창업하고 20년 가까이 기업가로 활동했다. 코스닥에 상장한 에스엔유는 현재 LCD 측정장비 분야에서 글로벌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2013년부터 올해 초까지 4년여 동안 국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불리는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 단장(차관급)을 수행했다. 이 외에 청년희망재단 이사장 및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회장을 병행하는 등 대외 활동도 병행하는 등 국내에선 드물게 교수직 외에 기업가, 정부 요직, 협·단체장까지 두루 섭렵한 석학이다.
박 교수는 “최근 기업인들 사이에선 위기감이 팽배해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고 정부에선 근로시간 단축도 추진 중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공공부문에 이어 일반기업으로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여기에 대법원은 최근 통상임금을 확대한다는 판결까지 내렸다”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해 중국과의 교역이 악화되고 내수경기도 침체 일로에 있는데, 정부에서 잇달아 ‘지각변동’ 수준의 정책을 발표하고 있어 기업인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박 교수는 “현 정부는 정책을 추진할 경우 기업과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방향과 방법, 시기 등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과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등은 언젠가는 실행해야 할 정책이다”며 “하지만 갑작스런 도입은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초래할 수 있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이 이뤄지려면 현장에서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시뮬레이션 하는 등 과정을 거쳐야 시행착오가 없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이 여전히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부당한 거래조건 △기술 갈취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거래를 막는 대기업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정부가 과감하게 징벌적 배상을 실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어 “다만 ‘글로벌 소싱’이 가능한 시대에 징벌적 배상만 요구할 경우 대기업은 해외로부터 장비와 부품을 도입하는 반면, 국내 중소 협력사 제품은 안 쓰려고 할 수 있다”며 “따라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해외 업체들과 경쟁하더라도 뒤처지지 않도록 ‘혁신의 무기’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일자리 만들기’가 실행되기 위해 우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이 늘어나고 또 성장하면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며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