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디지털 성폭력, 당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 등록 2017-11-01 오전 6:00:01

    수정 2017-11-01 오전 6:00:01

[민무숙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여성·아동범죄를 집중 조명하는 드라마 ‘마녀의 법정’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특히 불법영상물 사건을 수사하던 여검사가 자
신이 실제 불법촬영의 대상이 되면서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을 비로소 체감하게 되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 드라마는 실제 일반인 동영상 유출사건을 다룸으로써 디지털 성폭력의 심각한 현실을 알리고 있는데 여성가족부가 제작 지원하였다.

사이버 공간을 매개로 한 개인정보 침해, 불법사이트 개설 등 새로운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디지털 기기의 발달이 그 원인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기기를 사용하는 우리 인간들의 윤리의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성폭력도 그 중 하나이다.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및 성적 괴롭힘, 음란물 유포, 성적 모욕 등을 포함하는 이 범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2006년에서 2016년 사이 지난 10년 동안 전체 성범죄의 3.6%에서 24.9%까지 되었다. 중요한 성범죄로 부상한 것이다. 게다가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성범죄는 범죄자를 특정할 수 있고 사건이 일회성으로 종결될 수도 있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성범죄는 익명성이 높고, 전파가 빠르며 시공간의 무제약성, 무한 반복성의 특성이 있어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과 인격살해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심지어 영상물을 매개로 성매매 산업의 유입구조가 되기도 하는 등 오프라인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성범죄가 10~20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것도 묵과할 수 없다.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수준은 매우 낮다. 한 예로 별 생각 없이 쓰는 몰카라는 용어는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주기보다는 사소한 장난 같은 느낌을 준다.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라는 용어 역시 사랑을 배반한 여성에 대한 복수라는 의미를 내포, 가해자의 범죄성을 은폐하며 심지어 포르노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피해자의 고통을 희석한다. 그러나 연인사이의 사적 애정관계를 불법 사이트에 유포하는 행위가 어떻게 장난이거나 누구나 돌려볼 수 있는 영상물인가. 그것을 올린 자의 인격을 비난하기보다 피해자의 처신을 문제 삼고, 수치심과 공포 속에서 사회와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피해자를 양산하는 모순을 속히 끊어야 한다.

이와 같은 잘못된 인식은 종종 수사, 처벌 등의 부적절함과 연결된다. 불법촬영이 개인의 프라이버시 및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의 범죄임에도 피해자가 조심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는 통념을 재생산하기도 한다. 촬영부위가 소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 즉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 특정신체 부위가 부각되었는지 등을 기준으로 처벌여부를 판단하고 이의 체증을 피해자에게 요구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 불법촬영물을 성적 요건을 넘어 사생활영역의 침해나 인격권 침해 범죄로 보고 처벌하는 경향이 강하다. 독일의 경우 디지털 성범죄와 포르노그래피는 엄격히 구분하여 포르노그래피의 경우 시작부분에 이것이 연출된 영상이며, 유포에 동의된 것임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 촬영물의 경우는 비동의로 간주하고 고도의 사적 생활영역의 침해로 처벌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시작하였다. 경찰이 몰카라는 용어 대신 카메라등이용촬영범죄(약칭 불법촬영물)로 사용하기로 한 것이 그 예이다. 최근 정부는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와 기존 성폭력 피해자 지원 체계를 통합해 신고부터 영상 삭제 등까지 지원하겠다고 하였다. 중요한 정책전환의 포인트이다.

디지털 성폭력의 경우 증거 수집단계부터 수사전반에 디지털 범죄와 관련된 전문기술 역량을 요구한다. 디지털 언어에 대한 전문지식 뿐 아니라 젠더폭력에 대한 관점을 갖춘 수사관 양성과 전담수사팀 배치가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오프라인 범죄와 달리 유통구조가 중요한 디지털 범죄의 특성을 감안하여 온라인서비스제공자들의 의무를 강화하고 모니터링하는 시민사회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윤리의식, 사회의식의 각성이 더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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