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닫은 중국…폐지 줍는 노인들까지 '불똥'

중국 수입중단 여파로 폐지가격 4분의 1 수준 폭락
1kg당 120~130원에서 30원대까지 떨어져
"손수레 하나 가득 모아가도 점심값도 안돼" 한숨
  • 등록 2018-04-03 오전 6:30:00

    수정 2018-04-04 오후 2:30:51

[사진·글=이데일리 노희준 황현규 조해영 최정훈 기자] “새벽부터 한가득 폐지를 쌓아도 점심값도 못 벌어. 방금도 오전 내내 주워서 갔는데 2000원 받았어. 전에는 1kg당 120~130원은 받았는데 지금은 40원까지 떨어졌어.”(관악구 봉천동에서 폐지 줍는 노인 A(82)씨).

중국 폐기물 수입 거부의 불똥이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들에까지 튀고 있다. 중국의 폐기물 수입 거부 대상에 폐지도 포함되면서 노인들이 고물상에 넘기는 폐지 값이 크게는 4분의 1로 뚝 떨어진 탓이다. 대개 폐지는 ‘노인→고물상→폐기물 선별장→폐기물 압축장→국내 제지업체 또는 중국 수입업체’의 단계를 거쳐 처리된다.

폐지값 1Kg당 120원 →30원까지 급락

2일 재활용업계 등에 따르면 2~3달 전까지만 해도 고물상 등은 노인들이 수거한 폐지를 1kg당 120원~130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중국의 폐기물 수입금지 조치로 폐 kg당 30~50원까지 폭락한 상태다. 서울 관악구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정모(71·여)씨는 “모든 고물 값이 떨어졌다”며 “폐지는 1kg에 120~130원 하다가 이젠 50원쯤 쳐준다”고 말했다.

이는 노인에게서 폐지를 사들인 고물상이 그다음 단계인 중간가공업체 성격의 폐지 선별장이나 압축장 등 재활용업체에 넘기는 가격이 폐지값 급락 속에 동반 하락했기 때문이다. 폐기물 선별장은 천차만별 성질의 폐지들을 비슷한 등급으로 구별해 분류한다. 압축장은 이렇게 분류한 폐지를 묶어 재활용 업체에 넘긴다.

서울 광진구의 한 고물상 주인인 김모(46)씨는 “며칠 전에는 압축장에서 1kg당 매입가격을 20원으로 내리라는 문자가 오기도 했다”며 “우리도 폐지 1kg을 압축장으로 보내면 20원이 남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적자”라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고물상이 선별장이나 압축장 등 중간가공업체에 넘기는 ‘평균 폐지 가격’은 수도권 기준으로 지난 1월 147원(신문지)에서 지난 3월 110원대로 27원 하락했다. 폐골판지의 경우도 같은 기간 136원에서 90원으로 46원이나 급락했다.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중단한 여파가 결정적이다. 강동구의 한 폐지 선별장 관계자는 “내수 시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수입금지로 우리나라 폐지가 안 팔리고 있다”며 “중국 판로가 막히자 우리나라 폐지보다 질이 좋은 미국 폐지 등의 국내 수입 물량이 늘면서 국내 폐지가 설 곳이 더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폐플라스틱, 분류되지 않은 폐지, 폐금속, 폐방직원료 등 고체 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중단했다. 폐기물이 심각한 환경문제를 유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재활용수거업체들은 매년 중국에 21만~23만톤 규모의 비닐·폐지·폐플라스틱을 수출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이물질이 포함된 폐기물을 소각·매립하는 사업장 등에 부담금을 부과한 것도 재활용업체의 부담을 키웠다. 이물질이 묻어 있는 폐기물은 재활용할 수 없어 소각이나 매립을 통해 처리해야 한다. 폐지 선별업자는 폐지를 소각시 kg당 10원, 매립시 kg당 25원씩 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재활용업체에서 노인들이 수거한 폐지를 내려놓고 있다. <사진=황현규 기자>
그래도 기댈 건 ‘폐지 수집뿐’

이런 상황에서 처분하지 못한 폐지는 압축장 등에 쌓인 채 방치되고 있다. 중구의 또다른 고물상 대표 김모(60)씨는 “원래 폐지를 쌓을 때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 물을 조금씩 뿌리는데 최근에 압축장에서 종이에 물을 뿌리지 말라고 한다”며 “압축장에서 모은 종이들이 팔리지 않은 탓에 물을 뿌리면 썩어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폐지 가격 급락에도 노인들이 폐지 줍기 외에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생계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폐지 수거 노인 B씨는 “가격이 많이 떨어져 생활이 어렵지만 다른 밥벌이 수단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이거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진구 한 고물상에 폐지를 팔러온 노인 채모(67)씨는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수레 한 가득 폐지를 담으면 8000원정도는 받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5000원짜리 밥 한끼 먹으려고 해도 6시간을 돌아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폐지를 줍는 노인 분은 우리 사회에서의 최빈층”이라며 “가뜩이나 이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이 온다면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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