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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영계획을 세우고 있는 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책과 경기 악화가 맞물리며 성장을 이끌어갈 수익원 발굴이 쉽지 않아서다.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과 투자은행(IB), 해외 투자 부문에서 최대한 수익성을 높여 가계대출의 빈자리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 이익 효자 가계대출 둔화 뚜렷할 듯
4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의 10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약 5조원 증가한 560조7999억원을 기록했다. 신용대출(2조1171억원) 위주로 대출 폭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는 올 들어 가파른 증가속도를 유지했다.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은 100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주택대출을 누르자 신용대출쪽으로 수요가 몰린 풍선효과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부터 은행권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까지 시행된 터라 가계나 개인사업자 대출은 점차 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은행권 안팎의 전망이다. 여기에 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은행권은 부담이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국내은행의 대출자산성장률은 명목 경제(GDP) 성장률 안팎을 기록하고 기업이나 가계대출증감률 모두 올해보다 하락할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을 포함한 전방위적 대출규제 강화 탓에 내년부터는 이자수익이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IB·中企 대출 경쟁 격화할 듯
당장 은행권은 외형성장을 이끌었던 가계대출을 대신할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우선 수익원 다변화 차원에서 몇년 전부터 진행하던 IB와 자산관리(WM), 해외진출 확대, 디지털 분야의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은행들이 공을 들이는 분야가 디지털과 중소기업 대출 부문이다. 4차산업 혁명이 본격화하면서 디지털분야에서 새로운 상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KB국민은행, 하나금융그룹은 디지털 회사로 전환을 선언하며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한 상황이다. 다양한 산업군과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금융회사에 머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도 반영됐다.
중소기업 대출도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이라는 정책 철학과도 부합하고 알짜 중소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하면 수익성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은행권별로 사업구조가 비슷하고 유망한 중소기업이 제한적이란 점에서 제살깎아먹기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이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대출의 비중을 높이는 과정에서 상환여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도 충분히 적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