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뛰어든 시장에서 중견·중소업체들이 살아남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삼성과 LG 등 국내 전자산업의 ‘골리앗’에 맞서 승리를 거두며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중견 기업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이 기업들은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지독한 연구개발(R&D)에 매달렸다는 공통점을 갖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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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국내 밥솥시장은 ‘코끼리 밥솥’으로 유명한 일본의 조지루시를 선두로 삼성전자, LG전자, 동부대우전자, 필립스가 이미 시장을 석권하고 있었다. 쿠쿠전자가 승부수를 둔 건 전기밥솥의 품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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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품질덕에 쿠쿠전자의 전기밥솥은 뛰어난 보온력과 밥맛뿐 아니라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출시 직후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출시 1년만에 쿠쿠전자의 전기밥솥은 시장의 18.8%를 점유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4년에는 58.7%로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 결과 같은 해 LG전자가, 이듬해 삼성전자가 각각 이 시장에서 발을 뺐다. 지난해 국내 전기밥솥 시장규모는 약 6000억원. 이 가운데 쿠쿠전자는 73%를 차지하며 여전히 독보적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선풍기 산업에서는 신일산업(002700)을 손꼽을 수 있다. 에어컨이 보편화 되기 전 선풍기는 무더위를 날려 줄 대표적인 가전제품이었다. 신일산업은 195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풍기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선풍기는 일본 제품에 의존하고 있었다. 고가인 탓에 서민들은 선풍기를 꿈도 꾸지 못했다. 신일산업의 선풍기는 서민들도 부담없이 장만할수 있어 순식간에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1960년 금성(현 LG전자)에서 ‘D-301’라는 선풍기를 출시했으며 삼성전자도 6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선풍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1980년대 소득 증가로 선풍기 시장이 급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선풍기 시장에 치열한 밥그릇 싸움이 시작됐다.
대기업 중에서는 특히 금성의 공세가 강했다. 360도 회전 선풍기, 저소음·고효율 ‘씽씽날개’ 등 새로운 제품을 연달아 공개하며 선풍기 시장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모기를 내쫓은 선풍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신일산업 관계자는 “정확한 시장점유율은 지금으로서는 파악할 수 없지만, 대기업의 공세가 큰 위협으로 다가왔던 것은 사실”이라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신일산업은 위험을 타개할 대책으로 쿠쿠전자와 마찬가지로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선택했다. 제조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전 직원의 14%를 연구개발 인력으로 채웠다. 금성이 다양한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신일산업은 선풍기의 본질인 모터에 집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신일산업의 ‘볼베어링 모터’는 소음과 열이 극히 작게 발생해 선풍기용 모터로는 탁월한 성능을 보였다.
여기에 90년대 에어컨 시장이 커지면서 대기업이 이 시장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신일산업은 시장에서 다시 1위를 탈환했다. LG전자는 2005년 선풍기 시장에서 손을 완전히 뗐으며 삼성전자는 OEM 생산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선풍기 시장규모는 약 1700억원이며 신일산업의 점유율은 34%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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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장도 파이가 커지자 어김없이 대기업들이 후발주자로 나섰다. 1997년에 삼성전자가, 1999년에 LG전자가 각각 가세했다. 1999년 김치냉장고는 연간 61만대가 팔리며 4년 만에 152배가 성장했다. 김치냉장고시장은 대유위니아·삼성전자·LG전자의 3파전으로 형성됐다.
2002년 연간 판매량 190만대로 정점을 기록한 후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은 더이상 크지 않고있다. 대유위니아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전체 판매량은 정체기에 들어섰다. 한정된 파이 안에서 치열한 밥그릇 뺏기 싸움이 시작된 것도 2008년부터”라고 설명했다.
대유위니아는 ‘김치 맛’에 핵심을 뒀다. 이를 위해 대유위니아 연구개발본부는 전국에 있는 김치 장인과 맛집을 찾아 다녔다. 이들은 각종 김치마다 만드는 비법과 보관 방법 등을 직접 발로 뛰며 조사했다. 그렇게 쌓인 정보는 대유위니아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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