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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 주제 공청회에서 이 같은 주세 개편안을 제시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기획재정부의 유관기관이다. 홍범교 선임연구위원이 공개한 개선방안은 △맥주에 한정해 종량세 체계로의 전환 △과세표준의 통일 △납세의무자 범위의 확대 등 3가지 방안이다.
수입맥주 年 37% 성장에 국내업계 “주세 개편해야”
현재는 맥주의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책정하고 있다.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가격(과세표준)’이 달라 국산과 외국산 맥주의 가격이 다르게 책정된다. 주세법에 따르면 국산맥주의 과세표준은 출고가 기준으로 ‘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이다. 수입맥주의 과세표준은 수입신고가 기준으로 ‘수입신고가(관세 포함)’다. 수입맥주에는 국내로 들여온 후 붙는 ‘판매관리비+이윤’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있다. 수입물품에 대해선 신고가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인 소비세의 일반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4캔에 1만원’ 수입맥주 할인이 가능하다. 소비자로선 값싸게 여러 나라의 맥주를 맛볼 수 있다.
반면 국산 맥주업계는 불만이 크다. 수입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실제 출고량 기준)은 2013년 4.7%에서 2017년(추정) 16.7%로 연평균 37%나 성장했다. 국내 맥주업계에서는 “국산 맥주에 세금이 더 붙어 가격 경쟁력에 뒤처지고 있다. 이렇게 계속 가면 국내 맥주산업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주세 개편을 요구했다. 현재 국산 맥주업체는 오비맥주, 하이트진로(000080), 롯데칠성(005300)이 경쟁하고 있다.
두 번째 개선안은 국산과 외국산의 과세표준을 통일하는 것이다. 수입맥주 과세표준에 수입업자의 일반판매관리비(광고·홍보비)와 이윤을 포함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세 번째 개선안은 현행 제조·생산의 단계에서 과세하던 것을 도·소매유통 단계 과세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금을 내야 하는 대상자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홍범교 선임연구원은 “과세표준을 통일하면 무역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납세 의무자 범위를 넓히면 세무 행정 비용이 늘거나 탈세 행위가 증가할 수 있다”며 “종가세를 종량세로 전환하고, 세수가 줄거나 늘지 않는 중립 수준에서 종량세율을 산출하며, 매년 물가인상에 따라 주기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1안 찬성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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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개선안이 시행되면 수입맥주에 붙는 세금이 현재보다 늘 수 있다. 가격이 오르거나 할인 행사가 줄어들 수 있다. 편의점에서 싸게 수입맥주를 구입하던 소비자들 부담이 늘 수 있는 셈이다. 이번에 맥주 주세만 올리더라도 앞으로 소주 등 다른 주세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종량세로 바꾸면 외국산 맥주 세금이 늘게 된다”며 “세금이 오르면 결국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이번 개편 이후 소주 등 전반적인 주세가 올라가는 증세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국내에 수입맥주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단순 세제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산맥주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주세를 거두는 목적이 세수 확보에만 중점이 맞춰져서는 안 된다. 종량세 체계로 전환할 바에는 맥주에 대한 종가세 세율을 낮추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세청에서 맥주 종량세 개편 건의가 와서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며 “올해 세법 개정안에 포함될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오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거쳐 내년도 세법개정안을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