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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쏟아지는 각종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의 2박3일간 방한 일정 가운데 북측 인사와의 접촉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현 대치 국면을 고려했을 때 북한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비건 대표의 방한 목적으로 크게 3가지로 분석한다.
‘새로운 셈법’, 극전 반전 모색
첫번째는 비건 대표가 대북 제재 완화 등 유화적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다. 지난해 12월 19~21일 방한 당시에도 그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와 미국인의 북한 여행 제한 완화 계획을 알렸다. 하지만 북미간 만남은 끝내 성사되지 못했고 나홀로 판문점을 방문했다. 하지만 그의 방한 이후 북미 대화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고 올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날 비건 대표 역시 한국행 비행기 탑승 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北 접촉 시도 속 강경 발언 진위 확인
두번째로는 북한의 입장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한 방한일 수도 있다. 북한은 잇따른 담화문 발표를 통해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 7일과 13일 연달아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히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방한 일정 동안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하며, 북한의 강경 발언에 대한 진위여부를 파악해보는 한편, 향후 도발 수위를 가늠해볼 것으로 보인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계속해서 협박하는 수준에 그칠 것인지, 또는 강경한 발언 뒤에는 미국이 우려하는대로 레드라인을 넘어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떠보고 싶을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정황을 보더라도 미국이 북한이 만족할만한 방안을 가져올 가능성은 기대하기 힘들고, 북한이 강경하게 나올 경우 이에 대한 입장 정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랜B 모색…한미일 의견 조율
마지막으로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고, 향후 대응에 대한 논의 및 한국의 협조를 요구할 가능성이다. 사실상 북미 대화의 실패를 인정하고 상황 관리 측면에 집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건 대표가 한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플랜B에 대한 한미일간 의견 조율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면서 “미국이 계속 정찰기를 띄우고, 본부에서 경고의 메시지가 나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까지 이 문제를 가져간 것은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