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도 인정한 당근마켓…"동네서 사고파니 사기 줄고 정 쑥쑥"

[만났습니다]①‘당근마켓’ 김용현·김재현 대표
네이버·카카오 등 거친 기획자와 개발자의 만남
지역 기반 중고거래 시스템으로 ‘신뢰도’ 높여
구글플레이스토어 선정 ‘올해의 앱’…성공 포인트는 '시장 세분화'·'편의성 개선'
  • 등록 2019-12-26 오전 6:30:00

    수정 2019-12-26 오전 6:30:00

환하게 웃고 있는 김재현(왼쪽), 김용현(오른쪽) 당근마켓 공동대표. (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사기피해·거래의 불편함 등 중고거래의 단점을 보완하고,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할 방법으로 찾은 것이 ‘지역 기반 서비스’였다.”

‘당근마켓’은 역발상으로 창업 약 4년 만에 1조 시장에 달하는 중고거래 업계를 선도하는 샛별로 등극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광범위한 중고거래가 일반적이던 상황에서 ‘동네 중심’으로 시장을 좁힌 것이다. 김용현(41)·김재현(40)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성장 비결에 대해 ‘시장 세분화’와 ‘거래 편의성 개선’을 꼽았다.

당근마켓은 이용자의 거주 지역에서 이웃들과 중고 물품을 직거래하고 지역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카카오 출신의 두 공동대표가 지난 2015년 정창근 최고기술경영자(CTO)와 함께 창업했다. 현재 김용현 대표가 기획·제품총괄 등 운영을 맡고 있고, 김재현 대표가 데이터 분석과 서버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사업 아이디어는 과거 카카오, 네이버 등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얻었다. 두 공동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알던 친구나 동료 사이는 아니었지만 삶의 궤적이 비슷하다.

삼성물산·네이버를 거쳐 2011년 카카오에 입사한 김용현 대표는 플러스친구 TF장, 카카오플레이스 TF장, 게임플랫폼 팀장 등을 지내며 기획자로 경험을 쌓았다.

IT 개발 기술력을 갖춘 김재현 대표는 토필드 연구소, 네이버를 거쳐 2010년 창업한 ‘씽크리얼스’를 카카오에 매각하면서 2012년부터 카카오 개발자로 일했다. 씽크리얼스는 소셜커머스 모음 서비스 ‘쿠폰모아’ 등으로 유명한 벤처기업이었다.

카카오에서 만난 두 사람의 인연은 공동창업까지 이어졌다. 주로 휴대폰·카메라 등 IT 기기를 직원들끼리 사고파는 사내 벼룩게시판이 활성화하는 것을 본 김용현 대표는 ‘믿을만한 사람들끼리의 중고거래’에는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역 기반 서비스 창업을 위해 먼저 카카오를 나온 김 대표가 김재현 대표에게 개발 총괄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고 둘은 2015년 7월 판교장터를 만들었다.

그는 “카카오 직원들끼리 중고물건을 사고팔 때는 택배를 보내지 않아도 되고 직거래니까 사기당할 일도 없어 매우 편리했고 직원들에게 인기도 많았다”며 “이를 확장해 판교에 있는 회사원을 중심으로 한 중고물품 직거래 서비스 ‘판교장터’를 만들었다. 회사 이메일로 인증 후 가입하고 거래를 하는 식이었는데 3~4개월 만에 가입자가 6000명을 넘겼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회사원들만 이용했지만, 아이를 키우는 배우자들에게도 육아용품 중고거래를 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다. 이들은 지역 기반 중고거래의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인지한 후 이용자 타깃층을 넓혔다. 앱 이름도 판교장터에서 ‘당신 근처에서 만나는 중고마켓’의 의미를 담은 ‘당근마켓’으로 바꾸고 2015년 10월 판교지역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근마켓의 가장 큰 특징은 중고거래 지역의 범위가 실제 거주지 인근으로 한정된다는 점이다. 앱 사용자가 자신의 거주지를 인증하는 절차를 거쳐 회원가입을 한 후, 최대 6km 이내 이웃끼리 중고 거래를 이용하도록 시스템화했다. GPS로 위치를 설정하고 문자로 사용자 인증을 거친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역 기반 중고거래’ 콘셉트는 확실했지만, 중고거래 범위를 설정하는 일이 가장 큰 문제였다. 사업 초기에는 기대보다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빠르게 증가하지 않자 동네 범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과 초기 콘셉트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3년 정도 운영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쳤다.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되 세분화해 거래 범위를 좁혀나가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이자 지난해부터 가입자와 사용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김재현(왼쪽), 김용현(오른쪽) 당근마켓 공동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두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김재현 대표는 “창업 이후 1년 반 동안은 성장이 거의 없었다. 월방문자 수 100만을 달성한 것이 불과 지난해 8월이었고, 이후 1년 4개월 만에 400만 명으로 4배 이상 급성장했다”며 “3년 동안 꾸준히 사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서비스를 개선해 나갔는데, 그 덕에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근마켓은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지난 9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VC)인 알토스벤처스와 굿워터캐피탈,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4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총 누적 투자액은 약 480억원 정도다.

실제로 당근마켓은 도시별로 동네의 특징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거래 범위를 적용한다. 서울처럼 인구밀집도가 높은 지역은 3~4㎞ 이내에서도 중고거래 수요와 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 반대로 도서·산간지역, 지방은 10㎞까지 거래 범위를 조정해 유동적으로 적용한다.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서비스’라는 장점은 수익구조 개선에도 효과적이었다. 새로 개업한 치킨집부터 네일아트 숍, 미용실, 부동산까지 ‘동네장사’를 하는 사장님들에게 지역별로 고객이 몰려 있는 당근마켓은 전단지 보다 훨씬 광고 효과가 높은 플랫폼이었다. 실제로 일반적인 온라인, 앱 배너 광고 클릭율이 0.03% 정도에 그치는 것에 비해 당근마켓의 광고클릭율은 5% 수준에 달한다.

김용현 대표는 “중고 거래를 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우리 동네 광고가 올라오면 필요 없는 광고가 아닌 ‘정보’로 인식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실제로 살고 있는 동네에 전월세 매물이 올라온다거나 원하던 맛집이 생겼다면 알아보고 싶지 않겠나”라며 “중고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사장님들의 수요와 공급을 적절히 매칭해줄 수 있다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당근마켓은 이런 장점 덕분에 중고거래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했다. 주로 거래하는 제품이 생활용품이다 보니 연간 거래액과 MAU 순위에서는 중고나라(웹사이트와 앱 합산)에 이어 2위이지만 앱 운영 하나로 빠른 성장을 거두고 있다. 한 달 거래액은 중고나라가 약 2900억, 당근마켓이 약 740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당근마켓의 다운로드 수와 MAU 증가 속도가 매우 가팔라 연간 거래액 성장 규모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구글플레이가 주관하는 ‘2019 올해를 빛낸 앱·게임’ 시상식에서 사용자 평가, 다운로드 수 등을 총합한 평가로 ‘올해의 베스트 앱’과 ‘올해를 빛낸 인기 앱’, ‘올해를 빛낸 일상생활 앱’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앱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당근마켓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앱 1위와 쇼핑 부문 1위를 달성했다. 현재 당근마켓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00만 건, MAU는 400만 명을 돌파했다.

두 사람은 “단순히 누적다운로드 수, MAU 수치가 늘어나는 것도 좋지만 이는 다르게 표현하면 당근마켓을 통해 보다 안전하게 중고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택배비와 배송비가 비싼 제주도의 경우 가장 침투율이 높은 곳인데 제주도민의 70%가 당근마켓 유저라고 볼 수 있다. 이웃끼리의 중고거래인만큼 서로 손편지나 간식으로 감사를 전하고 정(情)을 나눌 수 있었다는 후기를 볼 때 뿌듯하다. 앞으로 더욱 거래 범위를 좁혀나가면서 당근마켓만의 장점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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