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자유에서 크리스틴까지"..'팬텀' 김수, 간절함이 만든 '기적'

[뮤지컬 '팬텀'의 크리스틴 役 김수]
"일단 해봐" 카이 조언에 오디션 봐
"뮤지컬이 꿈이었는데 이미 꿈 이뤄"
"팬들이 아쉽다고 하면 심장이 덜컹"
  • 등록 2021-04-13 오전 6:01:00

    수정 2021-04-13 오전 6:01:00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뮤지컬 ’팬텀’의 여주인공 ‘크리스틴 다에’로 혜성처럼 나타난 김수는 공연계가 가장 주목하는 신인 배우 중 한 명이다. “뮤지컬배우가 되고 싶어 성악을 전공하고, 유튜브를 시작했다”는 김수는 “크리스틴으로 무대에 서고 있는 요즘 매순간이 너무 벅차다”고 말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성악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뮤지컬배우가 뒤기 위해 무작정 오디션을 보러다니던 김수에게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우연히 학교에서 만난 카이에게 뮤지컬배우가 되고 싶다며 ‘자기 소개’를 한 일부터 카이가 진행한 ‘원더월’ 프로그램’에 멘티로 출연하고 ‘팬텀’ 오디션을 보기까지 간절함이 이뤄낸 ‘기적’같은 일이었다.

이제 막 쓰기 시작한 그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거리의 소녀에서 파리 오페라 극장의 디바로 거듭나는 ‘크리스틴’과 닮아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김수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뮤지컬 ‘팬텀‘ 여주인공 ’크리스틴 다에‘ 역의 김수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연 전에 ‘팬텀’은 김수에게 어떤 작품이었나.

△숨겨진 이야기와 로맨스가 있는 작품이잖요. 제가 로맨스를 좋아해서 그런지 다른 작품보다 더 마음이 가고, 공감이 되는 작품이었어요.

-광주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광주에서 초중고를 나왔어요. 문정여고 1회 졸업생이에요.(웃음) 서울대 성악과에 진학하면서 서울살이를 시작했죠.

-성악은 언제 시작한 건가.

△고 2때부터요. 노래 부르는 건 좋아했지만, 사실 진로로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처음에는 음악교육과를 진학하려 했는데, 선생님 추천으로 청소년 뮤지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 때 ‘페임’을 했었는데, 너무 행복했어요. 뮤지컬배우를 해야 겠다고 생각했고, 성악과를 진학하기로 결심했죠.

-어떤 점에서 뮤지컬이 좋았나.

△노래로 극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 좋지 않나요? 연기, 대사, 멜로디, 박자로 감정을 표현하고 관객과 호흡하는 게 너무 매력적이에요.

-인터넷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교회 영상을 본 적 있다.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어요. 음악을 처음 접한 곳도 교회구요. 제 별명이 ‘오 자유’예요. 찬송가 제목인데, 4살 무렵부터 권사님들이 “수, ‘오 자유’ 한 번 불러봐” 그러면 절대 빼지 않고 앞에 나가서 노래하면서 춤췄대요. 어릴 때부터 노래하고 춤추고 드라마 보면서 따라하는 걸 정말 잘했다고 해요.(웃음)

-오디션은 언제부터 보기 시작했나.

△2019년 가을에 서울대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2020년부터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 전까지는 겁이 나서 도전을 못했는데, 28살이 되고 나니 아무 것도 안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카이 선배의 조언도 있었구요. 팬텀이 9번째 봤던 오디션이예요.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뮤지컬 ‘팬텀‘ 여주인공 ’크리스틴 다에‘ 역의 김수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카이가 해준 조언이 뭐였는지.

△어느 날 과사무실에서 박사 과정 중이던 카이 선배를 만났어요. 일면식도 없었는데 선배한테 가서 “저 12학번 김수입니다. 제가 정말 뮤지컬배우가 하고 싶은데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라고 물었어요. 유튜브에 올린 제 영상도 보여드리구요. 선배는 당황했는데, 제가 정말 간절해 보였대요. 카이 선배가 “넌 아직 20대니까 너무 겁내지 말고 뭐라도 일단 시작해봐. 책이 두껍다고 안 읽을 거니? 조금씩이라도 읽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다 읽게 되잖아.”라고 얘기해 줬는데, 그 말에 용기를 얻었어요. 그리고 열흘 있다가 카이 선배한테 전화가 왔어요.

-어떤 전화?

△‘원더월 아티스트 클래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는데, 멘티로 참여해 보라는 거였어요. 너무 감사했죠.

-‘팬텀’ 오디션은 어떻게 보게 된 건가.

△‘원더월 아티스트 클래스’ 촬영을 하다가 EMK 분들을 만났어요. 나중에 EMK에서 “팬텀의 크리스틴 오디션을 진행하는데, 영상을 한 번 보내보라”고 연락이 왔어요.

(인터뷰에 배석한 김지원 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는 ‘원더월 아티스트 클래스’ 촬영장에서 만난 김수의 첫인상이 “평범하고 수수했다”고 전했다. 그후 새로운 ‘크리스틴’을 찾던 김 부대표는 김수가 떠올라 오디션 참여를 권유했다. 김 대표는 “김수에게서 뮤지컬을 너무나 하고 싶어하는 간절함이 느껴졌다”면서 “여러 명을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했지만, 단 한 명에게 기회를 준다면 김수에게 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디션 합격하고 많이 기뻤을 것 같다.

△오디션에 몇번 떨어진 뒤로 제가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죠.

-오디션 끝나고 살도 많이 뺏다고 하던데.

△6~7㎏ 정도 뺐어요. 1월초에 캐스팅이 확정되고 나서 프로필 촬영할 때까지 닭가슴살이랑 샐러드만 먹으면서 악착같이 다이어트 했어요. 살 빼는데는 식이요법 만한 게 없더라구요.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뮤지컬 ‘팬텀‘ 여주인공 ’크리스틴 다에‘ 역의 김수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습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을 꼽자면.

△노래 연습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제가 성악을 전공했는데도, 크리스틴의 넘버는 정말 어려워요. 쉽게 부를 수 있는 곡들이 아니예요. 충무아트센터에서 밤 10시까지 연습하고, 개인 연습도 계속 했어요.

-어떤 곡이 가장 힘드나.

△‘비스트로’요. 사실 다 힘들어요. 특히 성악할 때는 가만히 서서 부르는데, 뮤지컬은 뛰어다니고, 계단 오르면서 노래 부르잖아요. 노래를 부르면서 동시에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웠어요. 발성을 신경쓸 겨를이 없거든요.

-체력적으로도 힘들 것 같은데.

△오디션 합격을 즈음해서 달리기를 시작했어요. 집 근처 산책로에서 5㎞ 이상 뛰어요. 달리기가 체력 관리에 많이 도움돼요.

-뮤지컬배우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장점을 꼽자면.

△제가 성악을 늦게 시작해서 목소리가 너무 성악적이지 않은 것이 제 장점인 것 같아요. 성악을 할 때는 오페라 아리아를 하기에 뭔가 부족했는데,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소화하는 뮤지컬에선 오히려 장점인 것 같아요.

-김소현, 임선혜, 이지혜 등 쟁쟁한 선배들과 캐스팅 됐는데, 부담은 없나.

△세 분 다 저에게 꿈같은 분들이에요. 연습할 때 언니들과 눈이 마주치면 “레슨 좀 해주세요”라고 말했어요.(웃음) 연습 기간에 노래, 연기, 동선 등 언니들이 하는 걸 다 따라해 봤어요. 언니들이 저한테는 교과서이고, 언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저한테는 공부니까요. 그런데 아무리 해도 잘 안되는 거예요. 어느 날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가 저를 불러서 “너무 잘하려고 하지마. 넷 중에 네가 제일 못하는 게 당연한 거야. 할 수있는 만큼만 하려고 해봐”라고 말씀했어요. 그 뒤로 조금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첫 무대를 마쳤을 때 기분이 어땠나.

△제가 처음으로 공연장에서 봤던 뮤지컬이 광주문예회관에서 했던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였어요. 차지연 선배가 커튼콜 때 눈물을 흘렸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첫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을 기다리는데, 그 때 기억이 떠올랐어요. 너무 감사한 마음에 뛰어나오면서 울컥 했어요.

-첫 무대를 점수로 매기자면 몇 점 정도로 평가하나.

△아주 주관적으로 100점 주고 싶어요. 제가 잘했다는 건 절대 아니구요. ‘이 정도면 잘했다, 고생했다’라는 의미에서 제 자신을 토닥토닥 해주고 싶어요. 전 아직 갈 길이 9만리죠. 보완할 것이 너무 많지만 그날만큼은 마음껏 기뻐하고. 나를 칭찬해주고 싶었어요.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뮤지컬 ‘팬텀‘ 여주인공 ’크리스틴 다에‘ 역의 김수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팬들의 리뷰를 본 적 있나.

△솔직히 다 봤어요. 처음엔 멘탈이 흔들릴 것 같아서 일부러 안 봤는데, 궁금함을 못 견디겠더라구요.(웃음) 긍정적인 평가가 많아 천만다행이예요. 아쉽다는 평가를 보면 심장이 덜컹거려요.

-박은태, 카이, 전동석, 규현 등 네 명의 ‘팬텀’과 다 공연했는데,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다.

△카이 선배는 선생님 같아서 ‘마에스트로’ 느낌이예요. 전동석 선배는 가장 다정하고 로맨틱한 팬텀이에요. 로맨스를 살리는 디테일도 참 많아요. 박은태 선배는 정교하고 섬세한 팬텀이에요. 개인적으로는 큰 오빠 같은 느낌도 있어요. 규현 선배는 모성애를 가장 많이 자극해요. 소년 같은 느낌의 팬텀이에요.

-뮤지컬 ‘팬텀’만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가장 크게 다가오는 건 음악이예요. 솔직히 아무리 좋은 음악도 듣다 보면 질리는데, 팬텀의 노래는 들으면 들을 수록 새로운 의미를 찾게 돼요. 숨겨놓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좋아요. 질리지 않고 클래식한 매력이 있는, 정말 잘 만들어진 음악이에요.

-앞으로 꿈이 있다면.

△전 꿈을 이룬 것 같아요. 요즘 매순간이 너무 벅차요. 제가 살면서 선택했던 것들은 모두 뮤지컬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제가 성악을 전공한 것도, 유튜브를 시작한 것도, 유학을 고민했던 것도 언젠가는 뮤지컬 무대에 서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였거든요. 너무 빨리 꿈을 이룬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10년후, 20년 후에 이뤄졌어야 할 꿈이 너무 빨리 온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요.

-어떤 뮤지컬배우가 되고 싶나.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극중 인물들의 서사를 짧은 시간에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고, 공감하도록 하는 게 배우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요새 팬텀을 보고 도망치는 크리스틴을 관객들에게 이해시켜려 노력하고 있어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그런 배우가 될 거예요. 지금 저랑 같이 하는 언니들처럼요.

‘크리스틴 다에’ 역의 김수 캐릭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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