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중간정산이 해법
내년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정년연장법)이 시행에 따라 정부는 316개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공공기관 의무 시행에 이어 민간에서도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 바람이 거셀 전망이다. 문제는 무방비로 임금피크제에 마주쳤다가는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퇴직금을 손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퇴직금을 산정하는 기준 임금이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이어서 임금피크제로 깎인 급여를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퇴직금 중간정산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퇴직금은 근로자의 퇴직 시에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몇년 전만 해도 근로자가 원하면 1년 단위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노후자금으로 쓰여야 할 퇴직금을 사전에 찾아 생활비로 쓰는 경우가 빈발하면서 퇴직 빈곤층이 양산되자 정부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개정해 2012년 7월부터 퇴직금 중간 정산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만약 56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는다면 55세 때 퇴직금을 정산해 받고, 이후 계속해서 매년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받으면 퇴직금 삭감분을 최소화할 수 있다.
퇴직연금 DB형 → DC형 교체해야
다만 퇴직금을 퇴직연금으로 받고 있는 경우는 퇴직금 중간정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럴 경우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을 확정기여형(DC)로 전환해야 손해를 줄일 수 있다.
확정급여형(DB)은 기존 퇴직금 제도와 동일하게 퇴직금이 사전에 ‘확정’돼 있는 구조다. 운용실적에 대한 책임이 사용자측에 있어 근로자의 퇴직금을 맡긴 금융회사에서 수익을 많이 내면 회사의 부담이 줄어들고 반대로 손실이 나면 사용자가 추가로 부담하는 구조다. 근로자는 퇴직 시 기존 퇴직금 제도처럼 정해진 금액을 받게 되는데 퇴직금 대신 퇴직연금이라는 금융상품을 물려받게 되는 게 다르다. 따라서 정년연장으로 근무연수가 늘어나더라도 임금피크제가 적용돼 급여가 크게 감소하면 퇴직연금액은 줄어들 수 있다.
확정기여형(DC)은 퇴직금 지급을 위해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부담금 수준이 사전에 결정돼 있는 형태다. 회사가 근로자 명의 금융회사 계좌에 그 해 급여의 12분의 1을 적립해 주면 근로자가 선택한 금융회사가 근로자와 약정한대로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사전에 회사측 부담금이 근로자 소유로 이전되기 때문에 갑자기 임금이 줄어든다고 해서 이미 적립된 퇴직연금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결국 기업에서 임금피크제도를 도입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은 DB형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으로 확정급여형(DB)이 전체 적립금의 70.6%인 75.5조원을 차지했다. 확정기여형(DC형)의 적립금은 21.7%(23.3조원)에 불과했다. 퇴직연금가입 근로자 10명 중 7명이 DB형인 셈이다.
손필훈 고용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은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 노사협의를 통해 퇴직연금형태를 DB형에서 DC형으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며 “노조가 없는 사업장 근로자도 자신의 퇴직연금제도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