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넘어선 기업]①송호근 와이지-원 대표 "올해가 일본 시장 본격 공략 원년"

2012년 인수한 '산쿄' 교두보로 올해 日 시장 공략 본격화
2040년 매출 5조·절삭공구 세계 1위 목표
품질 외 마케팅 파워 갖춰야 日 기업 넘어설 수 있어
  • 등록 2015-08-14 오전 2:55:00

    수정 2015-08-24 오전 11:25:39

[인천=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광복 후 70년간 일본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다.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으며 성장의 기반을 닦았다. 언젠가는 일본을 추월해 세계 정상에 오르겠다는 일념으로 끊임 없는 기술개발에 매진한 국내 기업들은 지금 일본을 넘어섰거나 대등한 위치에서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 포스코(005490) 같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강소기업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일본을 넘어 세계 정상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의 성공 DNA를 들어봤다.

“회사 설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만든 엔드밀 제품을 일본 사람들에게 보여줬더니 ‘한국도 엔드밀을 만드냐’며 무시했습니다. 그래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니 같은 수준의 품질로 나타났습니다. 어느 국가, 어느 회사의 제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 품질이 답이었습니다.”

세계 엔드밀 시장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송호근(63) 와이지-원(019210) 대표는 지난 1981년 와이지-원의 전신인 양지원공구를 설립했을 때부터 절삭공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일본을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엔드밀은 비행기, 자동차,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부품을 절삭하는 데 사용되는 공구로 고도의 정밀함을 요구한다.

최근 인천 본사에서 만난 송 대표는 “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세대들은 대부분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사업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했던 나도 유독 일본어를 배우기 꺼려할 정도”라고 말했다.

송호근 와이지-원 대표는 지난 2012년 인수한 일본의 절삭공구 기업 ‘산쿄’를 교두보로 일본 현지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와이지-원
송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절삭공구 분야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을 꺾는 것이 목표였다.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해 사업을 시작한만큼 최고 수준의 품질을 지닌 제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국내 시장조차 일본 제품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인 것이 현실이었다.

그는 “198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청계천 공구상가에서 판매하는 절삭공구들은 대부분 일본 제품이었다”며 “이미 해외에서 명성을 얻은 뒤 국내 시장에 진출했지만 도매상들이 우리 제품을 순순히 받아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와이지-원 제품의 우수성을 알고 있던 일부 도매상들은 현금을 비싸게 줄테니 일제 브랜드를 부착하거나 아예 브랜드 없이 납품을 해달라는 요구를 할 정도였다.

한국에서도 자국 제품 신뢰를 하지 않는데 일본에서는 오죽했을까. 송 대표는 “일본은 한국이 자신들의 속국이라는 인식이 강해 우리나라를 한 수 아래로 여기는 문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1987년경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우리 제품의 품질이 일본 제품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됐을 때에도 일본 공구상들은 “깎이는 맛이 다르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와이지-원 제품의 우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해외시장은 브랜드보다는 제품의 품질이 말해주는 법.

특히 일본은 ‘잘라파고스(재팬+갈라파고스)’라고 불릴 정도로 외국 브랜드에 대해 매우 배타적인 시장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런 일본에서 와이지-원은 약 2000만달러(약 236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2000만달러가 큰 금액은 아니다”면서도 “동종업계의 외국기업들은 일본시장에서 2000만달러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것에 매우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와이지-원은 창업 초기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했다. 지속적인 품질 개선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통해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52개국에 와이지-원 브랜드로 수출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75%에 이른다.

송호근 와이지-원 대표(가운데)가 직원들과 함께 생산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와이지-원
송 대표는 자사 제품에 대한 높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절삭공구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데에는 이견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일본의 제조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제조기술이 세계 최고가 되려면 공구기술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의 절삭공구 시장은 미쓰비시, 교세라, 쓰미토모와 같은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해당 산업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주도해 해당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논리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시장을 와이지-원을 올해를 기점으로 공략을 강화할 예정이다. 첨병에는 지난 2012년 인수한 일본의 절삭공구 전문업체 ‘산쿄공구(三協工具)’가 있다.

산쿄는 1980년대까지 전 세계 절삭공구 시장에서 강자로 활약했던 기업이다. 와이지-원도 1980년대 말에 절삭공구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매년 직원을 파견했던 곳이지만 20여년이 흐른 뒤 그 회사를 인수했다.

아직도 외국 브랜드보다는 ‘메이드 인 재팬’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큰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산쿄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송 대표는 “일본은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외국 브랜드에 대해 배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산쿄 브랜드를 교두보로 삼아 일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시장 1위가 되기 위해서는 일본 현지에서 반드시 1위를 해야하기 때문”이라며 “매년 30% 이상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이지-원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창립 이래 첫 적가를 보였을 때에도 충주공장을 설립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최근에도 오히려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할 수 있는 시기로 여기고 마케팅과 영업조직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송 대표는 “2040년에 매출 50억달러(약 5조5000억원) 달성뿐만 아니라 엔드밀 외에도 드릴, 탭 등 절삭공구 전 분야 세계 1위를 달성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기업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일본이나 독일은 국가 브랜드 자체가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라며 “과거에 비해 향상됐지만 아직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가 일본, 독일 등에 비해 뒤처지는 것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 확보는 기본이며 자체적인 마케팅 파워를 갖출 수 있어야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 기업들과도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료=와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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