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경기 혹은 유행에 가장 민감한 게 창업 시장이다. 최근 실내장식 전문점이 급증 추세인 것은 그만큼 자영업 지도도 바뀌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자영업자가 창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소비자가 얇아진 지갑을 여는 이유가 맞물린 것인데, 그 핵심 키워드는 ‘장기 불황’이다. 기술 의존도와 인건비 비중이 낮은 ‘손쉬운 창업’ 급증과 얇아진 경기 침체 탓에 커지는 ‘알뜰 소비’ 트렌드를 동시에 충족하는 게 최근 기류다.
가장 대표적인 게 편의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편의점은 전년 동기 대비 11.86% 급증했다. 임영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편의점은 생필품 고객들이 기본적으로 유입되는 업종이다. 특별한 기술 없이도 바로 현장 업무가 가능하다”면서 “창업 시장이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 후 서울 시내에 편의점을 차린 60대 A씨는 “진입장벽이 그나마 낮은 일을 찾다가 결국 창업하게 됐다”고 했다.
커피음료점(19.92%)도 마찬가지다. 커피 매장은 셀프 방식이 보편화 돼있다. 과거 카페처럼 음료를 직접 갖다주고 치워주는 서비스가 없어도 되는 만큼 비용 절감이 용이한 것이다.
한 창업 컨설턴트는 “은퇴자들과 상담해보면 제과점 창업 문의도 많다”고 했다. 지난해 제과점은 전년 동기 대비 6.55% 증가했다.
통신판매업 창업의 인기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어떤 제품이든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업종인데, 사업장이 없으면 집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주로 영세하다.
동시에 쓸쓸히 몰락의 길로 접어든 업종도 부지기수다. 이 역시 불황 키워드와 무관하지 않다. 대표적인 게 일반주점(-6.07%)이다. 술집 창업이 급감했다는 의미다. 불황이 장기화하다 보니 집 밖에서 술을 마시는 풍가도 그만큼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직장 회식이 줄어드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식료품가게와 문구점이 각각 5.25%, 4.12% 감소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대형마트가 이들에 대한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외에 목욕탕(-2.63%) 이발소(-2.86%) 주유소(-1.94%) 철물점(-1.60%) 옷가게(-1.07%) 등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있다. 한때 온라인게임의 인기와 함께 우후죽순 생겼던 PC방도 오히려 0.08% 줄어 눈길을 끈다.
송재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개입사업자의 대출 확대는 기업 구조조정과 베이비부머 은퇴, 청년 실업 증가 등에 기인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위험이 부각될 경우 부실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