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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장 안과 밖은 정반대 분위기다. 의원들의 호통에 기관장들은 고개를 숙이지만 복도에서 국감중계를 지켜보는 임직원은 헛웃음을 금치 못하고 있어서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기존 법의 문제점은 생각하지 않고 야단만 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민 “금통위 유동적으로”..채권시장 “말도 안돼”
기재위 소속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23일 진행된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향해 “1년에 금리를 8번 결정하냐”고 물은 뒤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사전에 딱 정해놓고 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유연하고 신축적으로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경제전문가를 자처하며 대통령에 도전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유 의원의 질문에 대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금통위는 전체적인 거시지표를 보면서 큰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라며 “부정기적으로 열었다 닫았다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금통위가 유동적으로 열린다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정기적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 밴드를 결정한다.
유 의원의 계속되는 질문에 이 총재는 “만약 상황이 필요하다고 하면 얼마든지 임시금통위를 열어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며 “지금 의원님께서 말씀하신건 그런쪽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박준영, 해외투자기관에게 “왜 한국에 투자 안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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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김 직무대리는 “다른나라 입장에서는 한국이 해외다”라고 설명한 뒤 “KIC 설립 목적 자체가 우리가 보유한 외화의 운용이다. 투자는 외화로만 운영하게 돼있다”고 반박했다. 한국투자공사는 외환보유액을 운용·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해외투자전문기관이다. 특히 한국투자공사법 31조는 KIC가 자산을 외국에서 외화표시자산으로 운용하여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고정관념을 갖지 말고 국내에도 도움이 되면서 하는게 낫지 않냐”고 자신의 의견을 강조했다. 결국 김 직무대리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지만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비중 정해져있는데..이종구 “채권투자 왜 안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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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는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서 자산을 위탁받을 때 가이드라인도 함께 받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한은과 기재부가 법과 절차에 따라 결정한 투자 기준이다. 특히 한은 위탁자산은 외환보유고이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으로서의 속성을 유지해야한다. KIC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음에도 이를 지적한 것이다.
최교일 “달러, 원화로 바꾸면 수익률 달라진다? 납득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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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 의원은 “원화로 하면 수익률이 달라집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환율차이 때문에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에도 최 의원은 “그렇게 말하면 납득할 수가 없죠. 어떻게 원화를 달러로 하면 수익률이 달라집니까?”라며 재차 따져물었다.
피감기관 “그래도 고개숙여야” vs “잘못됐으면 개정안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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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피감기관 관계자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어진다”며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피감기관을 질타할 일이 아니라 법안 개정 발의를 하는게 맞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