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질문' 쏟아낸 국회의원들..피감기관은 '헛웃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의원들 관련 법안 숙지 없이 질타만 계속
"국회의원은 입법기관, 지적말고 직접 법 바꿔야"
  • 등록 2017-10-26 오전 5:50:11

    수정 2017-10-26 오전 8:21:23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진영 김정현 기자]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 ‘헛발질문’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성은 고사하고 피감기관들에 대한 관련 법안이나 규정, 업무특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헛발질에 가까운 질문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감장 안과 밖은 정반대 분위기다. 의원들의 호통에 기관장들은 고개를 숙이지만 복도에서 국감중계를 지켜보는 임직원은 헛웃음을 금치 못하고 있어서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기존 법의 문제점은 생각하지 않고 야단만 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민 “금통위 유동적으로”..채권시장 “말도 안돼”

기재위 소속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23일 진행된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향해 “1년에 금리를 8번 결정하냐”고 물은 뒤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사전에 딱 정해놓고 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유연하고 신축적으로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경제전문가를 자처하며 대통령에 도전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유 의원의 질문에 대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금통위는 전체적인 거시지표를 보면서 큰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라며 “부정기적으로 열었다 닫았다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금통위가 유동적으로 열린다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정기적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 밴드를 결정한다.

유 의원의 계속되는 질문에 이 총재는 “만약 상황이 필요하다고 하면 얼마든지 임시금통위를 열어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며 “지금 의원님께서 말씀하신건 그런쪽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박준영, 해외투자기관에게 “왜 한국에 투자 안하냐”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준영 국민의당 의원은 현행법을 고려하지 않은 질문으로 피감기관을 당혹케 했다. 박 의원은 24일 기재위 국감에서 김상준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직무대리에게 “해외운용사에게 자산운용을 맡기다보면 자산운용 대부분이 해외에서 이뤄지는 것 아니냐”며 “다른 나라는 국내(한국)에 투자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에 김 직무대리는 “다른나라 입장에서는 한국이 해외다”라고 설명한 뒤 “KIC 설립 목적 자체가 우리가 보유한 외화의 운용이다. 투자는 외화로만 운영하게 돼있다”고 반박했다. 한국투자공사는 외환보유액을 운용·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해외투자전문기관이다. 특히 한국투자공사법 31조는 KIC가 자산을 외국에서 외화표시자산으로 운용하여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고정관념을 갖지 말고 국내에도 도움이 되면서 하는게 낫지 않냐”고 자신의 의견을 강조했다. 결국 김 직무대리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지만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비중 정해져있는데..이종구 “채권투자 왜 안줄이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바른정당 이종구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질문을 던졌다. 이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금리 인상기로 들어가면 채권가격이 떨어진다”며 “(세계적으로) 금리인상기인만큼 채권 비중을 낮추라고 했는데 오히려 늘렸다”고 짚었다. 이에 김 직무대리는 “자산배분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KIC는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서 자산을 위탁받을 때 가이드라인도 함께 받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한은과 기재부가 법과 절차에 따라 결정한 투자 기준이다. 특히 한은 위탁자산은 외환보유고이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으로서의 속성을 유지해야한다. KIC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음에도 이를 지적한 것이다.

최교일 “달러, 원화로 바꾸면 수익률 달라진다? 납득못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환율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한 질문도 나왔다.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연금에 비해 KIC의 수익률이 낮다”고 지적했다. 김 직무대리가 “국민연금은 원화 수익률이고 KIC는 달러 수익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 의원은 “원화로 하면 수익률이 달라집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환율차이 때문에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에도 최 의원은 “그렇게 말하면 납득할 수가 없죠. 어떻게 원화를 달러로 하면 수익률이 달라집니까?”라며 재차 따져물었다.

결국 김 직무대리는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최 의원은 “낮으면 인정을 하고 설명을 해야지 변명을 하냐”며 질타했다.

피감기관 “그래도 고개숙여야” vs “잘못됐으면 개정안 내라”

12일 오전 국회 본청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앞에서 국정감사 준비를 위해 공무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의원들이 헛발질문으로 기관장을 야단치는동안 복도에서 국정감사장 중계를 지켜보던 임직원들 사이에선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한 피감기관 임직원은 “(의원들이)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피감기관을 지적하기만 한다”며 “맞지 않는 말이 있어도 기관장들은 머리를 숙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피감기관 관계자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어진다”며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피감기관을 질타할 일이 아니라 법안 개정 발의를 하는게 맞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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