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의 그늘]"관리비 올랐는데 최저임금까지…무조건 고용 안돼요"

양청구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14단지 4개동 경비 감원 결정
입주민 "관리비 오른데다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불가피"
  • 등록 2017-11-27 오전 6:30:00

    수정 2017-11-27 오전 6:30:00

서울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 시가지 아파트 14단지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달 30일 월 정기회의에서 ‘경비비 구조조정 승인 건’을 의결했다. (사진=윤여진 기자)
[이데일리 윤여진 기자] “출퇴근 길에 짧은 안부 인사라도 나눴는데 이젠 왠지 서먹해서….”

직장인 장모(26)씨는 “감원 결정 공고문이 붙은 뒤로는 경비 아저씨와 눈조차 마주치기 어색해 피한다”며 “개인적으론 (감원에)반대했지만 찬성 결정이 났으니 어쩌겠느냐”고 말했다.

장씨가 19년째 거주하고 있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14단지 각 동 현관에는 이달 초 경비원 감원 결정 공고문이 나붙었다.

지난달 14~24일 ‘경비 구조조정 동별 주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24개 동 가운데 4개 동이 ‘입주자 3분의 2 찬성’ 조건을 충족해 해당 동에 대한 경비원 감원 건이 입주자 대표회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지난달 30일 열린 입주자 대표회의 월 정기회의에서 ‘경비비 구조조정 승인 건’은 재적 인원 25명 중 18명이 참석해 찬성 16·반대 1로 통과됐다.

전체 2070세대인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14단지에서 일하는 경비원 수는 총 128명.

이중 주민들이 감원을 결정한 4개 동 경비원 16명 중 절반인 8명은 내년 1월 일자리를 잃게 됐다.

내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올해보다 16.4%나 올라 다른 경비원들은 수혜를 입지만 이들은 대신 직장을 잃은 셈이다.

안건 상정 조건이 3분의 2가 아닌 과반수였다면 대량 해고 사태가 빚어질 뻔했다.

전체 2070세대 중 설문에 참여한 곳은 1654세대(79.9%)다. 동별로 보면 반대가 찬성 많은 곳은 24개 동 중 6개 동에 불과했다.

감원을 결정한 동에서 일하는 경비원의 업무량은 내년부터 두 배로 늘어난다. 지금은 경비원이 출입구 하나씩만 맡았다면 이제는 두 곳의 안전과 경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아파트 관리 소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구조조정에 찬성한 입주민들은 ‘인건비 부담 탓에 이웃처럼 지낸 경비원을 해고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는 따가운 시선이 억울하다.

감원은 물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1987년 완공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14단지 대부분 동은 출입구가 두 곳이지만, 일부는 1곳이나 3곳이다. 24시간 경비 근무 특성상 동 출입구 수에 따라 적게는 2명에서 최대 6명이 일한다.

입주민들은 지난 30년간 관리비 총액을 세대 수로 나눠 똑같은 금액을 내왔다. 근무하는 경비원 수가 적은 동 입주민들이 “면적이 크고 출입구가 여럿인 동 입주민들이 더 많이 내야 한다”며 불만이 많았다.

실제 한 입주민은 3년 전 “동별로 경비원 수가 다른데, 전체 아파트 관리비를 합산해 입주민이 똑같이 나눠 내는 것은 부당하다”며 관리사무소를 상대로 서울남부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아파트 전체 관리비를 입주민 수대로 똑같이 나눠 내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입주민 측 손을 들어줬다. 관리사무소는 항소했지만 지난 8월 2심에서도 패소했다.

지난 9월부터 동별로 관리비를 따로 계산해 납부했지만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평수는 비슷하지만 동별로 납부해야 할 관리비에 차이가 생기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예를 들어 같은 20평(66.1㎡)이라도 120세대·출입구 2곳인 동 입주민과 116세대·출입구 1곳인 동 입주민이 납부하는 관리비는 각각 7만 8000원과 3만 3000원으로 4만 5000원 차이가 난다. 관리비 동별로 구분해 관리비를 내면서 이전보다 관리비가 오른 데다 내년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자 입주민들이 결국 ‘경비원 감원’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한 입주민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관리비가 크게 올라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경비원 인건비가 더 오른다니 무조건 고용을 보장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매몰찬 이기주의로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료=서울노동권익센터 2015년 12월 발간 아파트 노동자 지원방안 연구 - 경비·청소 노동자의 실태 분석과 대안 모색-) 서울 25개구 경비원 455명 2015년 10월 15일부터 11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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