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공화국]대통령 직속 위원회 3곳 중 1곳은 '유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 경제회의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훈길 원다연 기자]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3곳 중 한곳은 최근 수개월간 전체회의를 한차례도 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만 있고 하는 일은 없는 ‘유령 위원회’를 유지하는 데 국민 혈세가 연간 수백억원씩 쓰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직속 위원회는 부위원장들을 장관급으로 예우하기도 한다.

이데일리가 대통령 직속 위원회 19곳의 운영실적을 27일 분석한 결과 3분기(7~9월) 기준 19곳 중 6곳(32%)이 전체회의 성격의 본회의(이하 출석회의 기준)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이들 위원회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가우주위원회, 국가인적자원위원회,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북방경제협력위원회다. 경사노위는 당시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재구성해 새 출발하는 과정에서 노동계 참여 문제로 공백이 장기화했다.

나머지 위원회의 회의 실적도 저조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국가교육회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일자리위원회, 정책기획위원회 등 7곳은 본회의를 1회씩 여는데 그쳤다.

올해 3분기만 이렇게 저조했던 것도 아니었다. 작년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1년간 총회의 실적을 보면, 국가인적자원위 0회, 국가우주위 1회, 경제사회노동위 2회, 국가균형발전위·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 각 7회, 국가생명윤리심의위 9회에 그쳤다. 이들 6곳은 전체회의를 한 달에 한 번도 열지 않은 셈이다.

회의 한번 열지 않았어도 예산은 꼬박꼬박 집행됐다. 이들 19개 위원회에 올해 편성된 예산(정부안 기준)은 약 390억원에 달한다. 이들 위원회에 소속돼 있는 위원만 545명이다. 연간 사무국 운영비도 위원회마다 많게는 수십억원씩 투입된다.

김영배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은 “전 정부에서 법적 근거를 이유로 만들어진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위원회도 있다”면서도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한 곳은 관련 회의를 열고 관리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상당수 위원회가 대선 때 도운 교수들을 위한 논공행상 성격”이라며 “이제라도 실효성 없는 위원회를 폐지·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19곳 중 6곳(32%)이 올해 3분기(7~9월)에 한 번도 본회의를 열지 않았다. 이들 위원회의 총 예산은 390억원에 달한다. 본회의 횟수는 출석 전체회의 기준. 예산은 올해 정부안 기준. 기간은 올해 3분기 기준. 단위=회.[출처=행정안전부]

대통령 직속 위원회 중 올해 예산이 편성된 16곳(예산 총 390억원)의 현황이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한 달에 한 번 본회의조차 열지 않은 위원회 12곳에 올해 예산 329억1085만원이 편성됐다. 이들 위원회는 경제사회노동위, 국가우주위, 국가인적자원위, 국가지식재산위, 도서관정보정책위, 북방경제협력위, 4차산업혁명위, 국가교육회의, 국가균형발전위, 국가생명윤리심의위,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 일자리위, 정책기획위, 3·1운동및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다.[출처=행정안전부,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