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M&A심사중 요금제 개편, 시장지배력 보여줘”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8일 “공정위는 M&A 심사를 하는 도중에 요금제 개편으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이는 배달의 민족의 시장지배력을 엿볼 수 있는 단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개편된 수수료체계가 가맹점들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우려는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심도 있게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특정기업의 M&A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건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공정위 사무처장은 공정위 사무처(검찰 격)의 수장으로 사건을 총괄한다. 공정위 안팎에서 이번 M&A를 심사하는 기업결합과에 공개적으로 ‘시그널’을 준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사무처가 작성하는 심사보고서(공소장 격)에서는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배달통 기업결합을 불허하는 쪽으로 의견이 담길 것이란 관측이다.
그는 “배달앱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소비자와 가맹점의 다양한 정보가 수집, 분석, 활용되는데 있어 합법적인 수준을 넘어 다른 용도로 활용되는 것은 아닌지 현장조사를 동원해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심사 신청업체를 대상으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현장조사까지 추진하는 것 또한 이례적인 일이다.
다만 공정위가 공개적으로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업체를 비난한 게 적정했느냐는 논란거리다.
배달의 민족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면 조사를 통해 불공정행위를 가려내거나 독과점 우려가 크다면 M&A를 불허하면 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를 부당하게 결정ㆍ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공정위가 이번 배달의 민족 수수료체계 개편을 두고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총선을 앞두고 ‘표’와 직결되는 소상공인들이 배달의 민족 수수료체계 개편에 따른 피해를 호소한 때문이란 분석이다.
대형로펌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M&A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강한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 본다”면서 “요금제 개편에 따른 시장 변화, 새로운 플레이어의 진입 등 다양한 현상이나 데이터를 봐야 할 텐데, 총선을 앞두고 공정위가 성급하게 나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