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백드롭]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윤석열

`선택적 정의` 지적에 `선택적 의심` 반박
"과거엔 안 그러셨지 않았냐" "허 참"
정의당 "거대 양당 태도 변화에 연기자 위협" 촌평
  • 등록 2020-10-24 오전 8:15:00

    수정 2020-10-24 오전 8:15:00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과거에는 저에 대해 안 그러셨지 않습니까.”

22일 오전 시작돼 15시간 만인 23일 새벽 1시를 넘겨서야 끝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 오간 여러 공방(攻防) 중 180도 뒤바뀐 윤 총장의 처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압권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마친 뒤 국감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때 `석열이 형`이라 했던 박범계 의원과 윤 총장 사이에 오간 대화를 그대로 옮겨보면 이렇다. 윤 총장이 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중앙일보 사주를 만난 적이 있는지를 묻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다.

(박)서울중앙지검장이 언론사주들 만나는 것이 관행입니까?

(윤)과거에는 많이 만난 걸로 알고 있고요. 저는 오히려 높은 사람들 잘 안 만났고 부적절하게 처신한 적 없습니다.

(박)만났습니까 안 만났습니까?

(윤)누구 만났는지 상대방에 대해선 그거에 대해선 어떻게 얘기하겠습니까.

(박)로버트 잭슨은 검사가 악의를 가지고 행동할 때는 최악의 검사가 된다고. 공정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어떤 집단과 사람에 대해서도.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윤)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삼성 수사 철저히 했습니다.

(박)안타깝게도 윤석열이 갖고 있는 정의감, 공정심 이 부분에 대한 의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윤)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니십니까? 과거에는 저에 대해 안그러셨지 않습니까.

윤 총장이 언급한 `과거`는 국정원 댓 글조작 사건을 수사하다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때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7년 전 당시 윤 총장을 `형`이라 부르며 적극 옹호했다. 박 의원과 윤 총장은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1963년생인 박 의원이 윤 총장보다 3살 어리다.

2013년 11월 10일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편지를 띄었다. 박 의원은 글에서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 사법연수원 동기이면서도 긴 대화 한 번 나누질 못한 형에게 검찰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불의에 굴하지 말라는 호소로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밉다”고 썼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운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과거에는 안 그랬던` 박 의원의 호통과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윤 총장은 “허 참”이라며 탄식하기도 했다.

박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의원들이 잇달아 가족 비리 의혹 등으로 윤 총장을 몰아세우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 김종민·송기헌 의원 등이 윤 총장을 비호했던 발언을 공개하며 “민주당 의원들께서 충실하게 공부하고 의혹을 완전히 해결해 준 사건”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윤 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면 좌천당하는 거 아니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정치와 사법이라고 하는 것은 크게 바뀌는 게 없구나. 내가 왜 그렇게 (살아왔는지) 그냥 편하게 살지….”

윤 총장을 싸잡아 비판했던 야당의 태도 돌변도 `오십 보 백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정의당은 “거대 양당 의원들의 놀라운 변신술을 목도했다”고 촌평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수 조원의 피해, 특히 현직 검사가 연루된 금융 사기 사건 등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국정감사였지만 결국 공방만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면서 “한마디로 `정쟁에, 정쟁에 의한, 정쟁을 위한 국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총장에 대한 민주당과 국민의힘 태도 변화는 극적이기까지 하다”면서 “국정에 대한 감사 능력보다 변신 능력이 더 탁월한 거대 양당 국회의원들의 능력을 보고 있자니 연기자 분들이 위협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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