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나갈까봐 불안"…여전한 인력난에 고심하는 VC

국내 180개 창투사 중 심사역 10명 이상은 36곳 뿐
신규 VC 설립에 CVC까지 가세…인력난 심화 전망
  • 등록 2021-09-19 오전 10:34:00

    수정 2021-09-19 오전 10:34:00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솔직히 불안하죠. 유동성은 풍부한데 자금을 굴릴 전문가들은 날이 갈수록 부족해지니…”

국내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한 관계자가 여전한 인력난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 말이다. VC 설립 규제 완화로 수년 전부터 베테랑 심사역들이 독립하는 경우가 잦아진 데다 이제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등장이 예고되면서 전문인력을 빼앗길 요소가 늘어났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기존 인력 확보 뿐 아니라 신규인력 양성에 보다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속속 나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인력난 심화 예고에 골머리 앓는 VC

19일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국내 180여개의 VC 중 투자 심사역이 10명 이상인 곳은 36곳에 불과하다. 평균 한 하우스당 7.5명의 투자심사역이 있고, 20명을 넘어서는 심사 인력을 갖춘 하우스는 9곳 뿐인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할 스타트업 머릿수는 많아지는 가운데 업무 과중으로 일당백을 해야 하는 환경만 조성되고 있는 꼴이다. 실제 국내 VC 업계 한 관계자는 “VC 인력난은 오늘 내일 이야기가 아니다”라면서도 “최근에는 이 문제가 피부로 느껴질 만큼, 인력난 문제는 심화하는데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적 좋은 베테랑 심사역들이 회사를 떠나 신규 창투사를 설립하는 상황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DIVA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6월까지 신규 등록한 창투사 수는 12개다. 2017년 한 해 동안의 신규 등록 창투사 수가 5건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대폭 늘어난 규모다.

여기에 올 연말을 기점으로 CVC가 시장으로 본격 진입하면서 인력난이 보다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VC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CVC는 설립에 앞서 기존 VC 심사역들을 알음알음 접촉하고 다닌다”며 “난처한 것은 CVC가 이들에게 매력적인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인데, 기존 VC 입장에서는 심사역들의 이직을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라고 했다.

전문가 영입부터 신규인력 양성까지…확보 안간힘

업계에서는 수년째 이어져온 이러한 상황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VC는 전문인력 확보 차원에서 투자 경험이 없더라도 특정 분야 생태계를 잘 이해하는 업계 전문가들을 속속 영입하는 모습이다. 예컨대 카카오벤처스는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 대한 투자를 고도화하는 차원에서 올해 3월 김치원 서울와이즈재활요양병원장을 심사역으로 영입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초기 기업 발굴 및 포트폴리오 기업 성장 활동 강화 차원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을 국내 3대 거래소로 끌어올린 유영석 전 대표를 지난해 벤처파트너로 영입하기도 했다.

신규인력 양성 시도 또한 두드러진다. 예컨대 한국벤처투자는 최근 ‘제5기 VC 신규인력 양성과정’을 개강했다. 이는 벤처투자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전문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유능한 인재를 VC 업계로 유입시키는 목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에서 진행하는 VC 양성 과정이다. 약 8주간의 온라인 교육·실무 워크숍·현장 인턴십 등으로 구성된다.

다만 신규인력 양성에 있어 정부 예산이 보다 폭넓게 책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젊은 심사역을 키우는 교육에 대한 정부 예산은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당장 예산을 책정해 신규인력을 양성해도 시간이 걸릴 판에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벤처시장에 자금이 쏠리는 현 시장 분위기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VC의 비정상적인 인력 구조를 정상화하는 것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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