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건물주가 꿈인 나라

  • 등록 2017-03-24 오전 6:00:00

    수정 2017-03-24 오전 6:00:00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집값요? 회사는 싫어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직장인 평균 월급을 2년간 한 푼도 안 쓰고 모으면 집을 살 수 있는 정도가 적정가격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택 가격이 너무 비싸다 보니 주거 부담이 크고 결국 삶의 질 전체를 떨어뜨리고 있어요.”

2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가 한 이야기이다. 주택을 팔아 이익을 창출하는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그가 이러한 발언을 한 것에 다소 놀랐지만 진지한 눈빛에서 더 좋은 세상을 어린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아버지의 절절한 심정을 엿보았다.

박근혜 정부는 첫 3년을 부동산 경기 부양에 ‘올인’했고,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겼다. 그 결과 강남을 비롯한 서울 아파트값은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8년을 뛰어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부동산 호황을 타고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자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정책 속에서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된 것은 정작 무주택 서민들이다. 규제 당시만 하더라도 주택시장이 잠시 안정화되는 듯 했지만 올 3월 들어선 서울에서는 최고가를 경신한 아파트가 나오고 부산 등 규제를 피한 지역에서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 다시 등장하는 등 시장 과열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무주택자 서민들이 이제 와 집을 사기에는 집값이 너무 비싸졌고 대출도 여의치 않다.

특히 청년들의 주거 박탈감은 심각한 상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 빈곤 해소를 위한 맞춤형 주거 지원 정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인 청년 가구 4명 중 3명은 소득 중 주거비 비중이 20% 이상인 ‘임차료 과부담’ 상태였다. 미래를 설계하고 노후를 대비할 여유가 없다 보니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꾼다. 자신만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 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일컫는 ‘탕진잼’이라는 신조어는 이 같은 세대 상을 짙게 반영하고 있다.

노력의 대가를 믿지 않고 건물주가 꿈인 나라가 어떤 희망이 있을까. 차기 정부가 이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센 시점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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