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어머니회 알바 구해요"…워킹맘은 괴롭다

맞벌이 늘어 자원자 줄자 학교서 참여 강요
지역 커뮤니티 등에 구인 알바글로 도배
전문가 "학교 밖 안전은 국가·지자체가 맡아야"
  • 등록 2017-12-11 오전 6:30:00

    수정 2017-12-11 오전 6:30:00

녹색 어머니 등 50여명의 주민들이 지난 9월 서울 신가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차 없는 통학로 확산을 위한 대시민 홍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하루 1시간 동안 녹색어머니 서 주실 분 구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직장인 김지현(39·여)씨는 최근 지역 육아커뮤니티에 아르바이트 모집 글을 올렸다.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모든 학부모가 의무적으로 녹색어머니회에 가입해 등굣길 교통안전지도를 해야 한다.

김씨는 “부부가 둘 다 회사를 빠지기 어려운 데다 매번 전업주부인 다른 엄마에게 부탁하기 미안해서 이번엔 아르바이트를 구했다”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혹시나 자식이 밉보일까 걱정돼 거부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운동화와 청바지 차림으로 교통 안내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고소영씨.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맞벌이 가정도 녹색어머니회 활동 ‘강제’

지난 여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하는 한 어머니 사진이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배우 고소영다.

앞서 노란 조끼에 깃발을 든 배우 채시라씨 모습도 공개돼 ‘톱스타도 녹색어머니회는 피할 수 없다’는 우스개가 떠돌았다.

녹색어머니회는 ‘모든 엄마들이 한번씩 돌아가면서 봉사를 하는 것’이지만 맞벌이 가정에선 여간 부담되는 일이 아니다.

녹색어머니회는 초등학교 등하굣길 교통지도를 맡는 민간 자원봉사단체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5700여개 초등학교에서 46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 가운데 지원해 참여하는 방식으로 활동하지만, 맞벌이 등으로 참여할 수 없는 부모가 늘어나자 참가를 강제하는 학교도 있다.

직장인 이모(38)씨는 “담임 선생님한테 말하면 사정을 봐줘서 빼주기도 한다는데 전업주부들에게만 순번이 돌아가는 것도 미안해 울며겨자 먹기로 참여하고 있다”며 “일 년에 몇 번 안 되지만 직장을 쉬어야 하는 게 부담”이라고 말했다.

어르신 일자리로 대체하기도

이런 사정 탓에 각 지역 육아커뮤니티에는 ‘녹색어머니 알바’ 구인 글이 빈번하게 올라온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교통안전지도 활동이 어려운 부모들을 대신할 사람을 돈 주고 구하는 것이다.

하루 1시간에서 1시간 30분 동안 활동 대가는 1만 5000~3만원 정도다.

김모(42)씨는 “직장이 바빠 도저히 아침에 시간을 낼 수가 없어서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알바를 구했다”며 “눈치보며 회사를 빠지느니 돈 주고 알바를 쓰니 마음 편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어르신 일자리로 대신하는 지자체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는 관내 모든 초등학교에 등하굣길 교통 봉사를 해주는 어르신을 파견한다. 올해 17개 학교마다 평균 4~5명의 교통봉사 어르신을 파견했다.

하루 3시간씩 한 달에 10번 교통봉사를 나가는 어르신에겐 26만원을 지급한다. 이중 21만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원하고 나머지 5만원은 자체 예산을 편성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구청에서 고용한 어르신들이 대신 맡으시면서 바쁜 어머니들이 강제로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며 “주민들 반응이 좋아 계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교통안전지도 문제인 만큼 국가나 지자체가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학교 정문 밖의 안전은 본래 지자체나 경찰이 담당하는 게 맞다”며 “학부모를 동원해 안전문제를 해결하는 식의 녹색어머니회 운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 중인 부모들이 활동하는 네이버 카페 ‘일산 아지매’에 녹색어머니회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사진=네이버 카페 ‘일산 아지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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