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입법 '자전거헐멧 의무화' 폐지 수순…지자체 무료 대여 중단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개정안 발의
'의무'에서 '착용노력'으로 개정안 수정
공공자전거 운영 지자체 헬멧 대여 보류
"자전거 안전 인프라 구축이 먼저" 지적도
  • 등록 2018-10-01 오전 6:00:00

    수정 2018-10-01 오전 6:00:00

지난 7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지하철5호선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앞 따릉이 대여소에서 청소년들이 따릉이를 대여하며 헬멧을 써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현실을 외면한 탁상입법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 규정이 사실상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실효성 논란이 거세지자 국회에서 해당 ‘의무’를 ‘노력’으로 완화하는 법 개정에 나섰다.

공공자전거 헬멧 착용을 강제하는 문제로 고심하던 지방자치단체들은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안전한 자전거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자전거도로 안전이나 생애주기별 자전거 안전교육 등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탁상입법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 사실상 폐기 수순

지난달 28일부터 시행한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전거 운전자는 자전거도로 및 도로법에 따른 도로를 운전할 때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인명보호 장구를 착용해야 하며 동승자에게도 이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 법안이라 불린 해당 법안은 단속 근거가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처벌 규정을 둘 경우 자전거 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처벌 규정을 만들지 않은 탓이다. 캠페인성 법안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처벌조항은 없어도 법적 의무로 규정한 만큼 공공 자전거를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이용자들에게 헬멧 착용을 강제해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에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지난 21일 자전거 헬멧 의무 착용 조항을 수정한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헬멧 착용을 ‘의무’로 두지 않고 ‘착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다만 어린이를 태우고 운전하는 경우에는 헬멧 등 보호장구를 의무 착용하도록 했다.

안 의원은 “헬멧 의무착용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예컨대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출퇴근용으로 짧은 시간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경우, 공유자전거를 빌려 탈 때는 헬멧을 매번 갖추기 어려울 수 있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민주주의 서울’ 홈페이지에 올라온 “따릉이에도 의무적으로 안전모를 착용 해야 할까요?” 설문조사 화면.
헬멧 의무화 고심하던 지자체 안도…무료 대여 중단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 개정안이 발의되자 공공자전거 헬멧 비치 문제로 고심하던 지자체도 한시름 놓은 분위기다.

서울시는 지난 7월 20일부터 두 달째 진행해온 ‘따릉이’ 헬멧 무료 대여 시범사업을 중단했다. 시범운영 결과는 10월 초에 나올 예정이지만 서울시는 결과와 상관없이 무료대여 사업 자체를 접기로 했다. 법 개정과 별개로 시민들이 헬멧 착용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서울시가 이달 초부터 ‘민주주의 서울’ 홈페이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벌인 “따릉이에도 의무적으로 안전모를 착용해야 할까요?” 설문조사에서 반대가 90%(2199표)로 찬성 10%(240표)에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더위 탓에 헬멧 이용률이 낮게 나온 것이란 지적이 있어서 한 달을 연장했지만 더위가 지나도 이용률이 높아지지 않고 있다”며 “시민들이 생활 자전거를 타는데 헬멧을 착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자전거 헬멧 200개를 비치해 무료대여 사업을 시범운영해온 대전시도 헬멧 의무화 법안이 폐기될 것으로 보이자 이를 중단했다. 대전시는 당초 헬멧 4000개를 공공자전거에 비치할 계획이었다. 대전시 관계자는 “개정안이 발의된 만큼 법 개정 추이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9일 개통 이틀째이자 월요일인 9일 오전 서울 종로 자전거전용차로에서 오토바이가 잠시 정차하고 있다. 바로 옆에는 이륜차의 이용을 금지하는 입간판이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안전한 자전거 문화 정착을 위해 자전거 헬멧 의무화보다 안전 교육 등 인프라 확보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태 자전거사회문화적 협동조합 이사장은 “일례로 종로에 개통한 자전거 도로의 경우 기존 도로와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사고 위험이 크고 폭도 1.5m에 불과해 자전거 1대가 겨우 지나가는 수준”이라며 “서울시가 모델로 삼은 네덜란드나 영국의 자전거 도로 폭인 3m에는 한참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자전거 헬멧 의무화 이전에 자전거 안전 교육 의무화를 선행해야 한다”며 “특히 연간 발생하는 자전거 안전사고의 대부분이 어린이와 노인인 만큼 지자체에서 생애주기별 자전거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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