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서서히 데워지는 물 안의 개구리(boiling frog)와 같았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1990년대 저금리 위기를 겪은 일본 보험업계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한다.
일본 보험사는 1991년 부동산 등 자산 버블(거품)의 붕괴로 저금리가 본격화하면서 본격적으로 무너졌다. 1997년 닛산생명을 시작으로 2001년 도쿄생명까지 고작 5년간 생명 보험사 7개와 손해 보험사 1개가 파산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야마토생명이 해외 자산 부실로 도산했다.
1997년 닛산생명, 2000년 다이이치화재의 도산은 저금리 시기 회사의 급격한 외형 성장이 경영 부실을 초래한 전형적인 사례다. 계약자에게 확정 이자를 지급하는 연금·적립형 손해보험 등 저축성 보험에 집중된 상품 구성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폈다가 수익성을 맞추려고 울며 겨자 먹기로 고(高)위험 자산 투자에 뛰어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파산한 보험사는 저금리로 인한 손실을 자산 운용 측면의 대응을 통해 해결하려 했다”면서 “하지만 당시 살아남은 보험사는 금리 위험에 대응하도록 저축성에서 보장성 보험으로 주력 상품 구성을 바꾸고 위험 자산 대신 장기 채권의 보유 비중을 늘렸다”고 말했다. 일본 금융 당국도 보험사에 충분한 마진을 허용하는 등 규제를 적극 풀었다.
초저금리가 일상화한 미국의 대형 보험사는 금리 위험 대비를 강화해 일본 같은 위험을 피해갈 수 있었다. 특히 보험 계약자에게 확정 수익률을 약속하지 않고 주식·채권 등 투자 실적에 따라 보험금 지급액이 달라지는 변액보험 판매를 확대한 것이 저금리 극복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