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①65년된 국내 최초 고급 비스킷 '크라운산도'

비스킷 전무하던 시기 자체기술력으로 시장 개척
1981년 원형으로 바뀌고 혼자서 매출 30% 효자상품
65년간 국민 1인당 350개 먹었다
  • 등록 2020-11-27 오전 5:00:00

    수정 2020-11-27 오전 5:0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크라운산도가 없었으면 지금의 크라운제과도 없었다.` 크라운제과를 아는 이라면 이견 없이 내놓는 평가다. 1956년 크라운산도가 대박이 나면서 동네 빵집이던 크라운제과는 제과 회사 반열에 올라섰다. 크라운산도가 회사의 첫 양산 과자라는 점에서,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는 토대가 됐다.

크라운산도의 역사[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출시 자체가 모험이었던 과자


돌이켜보면 제품은 출시 자체로서 모험이었다. 크라운제과 창업자 고 윤태현 회장은 1956년 출시한 이 과자(초기 제품명은 크라운소프트산도)에 `우리도 고급 과자를 먹을 수 있다`는 신념을 담았다. 지금으로 치면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신시장을 개척한 것인데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얘기다. 당시 상황은 느긋하지 않았다. 30대 청년 윤 회장의 조국은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으며 늘 배를 곯고 있었다. 고급과자는커녕 허기를 채우기도 바빴다. 찬밥 더운밥 가릴 형편도 안 되는데 고급 과자를 찾아서 먹을지 의문이었다.

만들어 본 적도 없었다. 당시 국내는 비스킷 제품이 전무하다시피했다. 일부 대형 제빵점에서 소량으로 과자를 구워 파는 게 다였다. 대량 생산은 꿈꾸기 어려웠다. 일본제과 공장을 인수한 회사에서조차 비스킷은 만들지 않았다. 과자 기술력이 지금보다 턱없이 달렸던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엄연히 달랐다. 갈림길에 선 윤 회장은 시장 개척을 선택했다. 직접 비스킷 제조 기계를 만들기로 했다. 미군 기지와 과자 공장을 기웃거리면서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웠다. 손재주라면 자신 있었다. 고향 전남에서 서울로 상경해 처음 한 일도 재단이었다. 옷을 기워가듯이 차근히 과자 판을 짜나갔다. 과자를 찍는 외형을 직접 깎았고 터널식 오븐을 손수 만들었다.

과정 하나하나가 최초

준비 작업 하나하나가 제과 시장 역사에 `최초` 자(字)를 새기는 과정이었다. 비스킷 사이에 크림을 자동으로 채우는 기계를 업계 처음으로 만들었다. 비스킷 표면에 크라운산도 브랜드를 새겨 넣는(양각) 과정도 도입했다. 이전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기술이었다. 버터와 우유를 원재료로 쓴 것도 파격이었다. 지금이야 흔하지 당시에 귀한 것들이었다. 영양 측면에서도 빠지지 않는 과자를 만들고자 했다. 크라운산도를 국내 최초 고급 비스킷으로 꼽는 건 이런 여러 이유에서다.

1956년 첫 양산을 시작하자 만들기 무섭게 팔려나갔다. 고급과자를 사 먹겠느냐는 우려가 무색했다. 기계를 24시간 돌려도 물류 창고는 늘 비어 있었다. 크라운산도를 먼저 떼어가려는 도매상이 회사 앞에 줄을 섰다. 당시를 추억하는 이는 “크라운제과 본사(서울 중구 중림 시장 일원)에서 서울역까지 상인 행렬이 이어졌다”고 전한다. 청년 윤태현의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우리도 고급 과자를 `먹을 수 있다`는 현실은 `만들 수 있다`는 그의 의지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넘치는 주문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회사는 1961년 서울 용산구에 산도 전용 공장(숙대입구역 인근)을 신축했다. 생산량 하루 1000짝(사과 상자)을 달성한 시기는 1967년 9월18일이었다. 크라운산도는 이날을 회사 창립일로 지정했다. 제2의 창업에 버금갈 만큼 중대한 날이었다는 의미다. 이를 발판으로 그해 중랑구 묵동 공장을 신설하고, 1976년 한국거래소에 상장했다.

과자 유통 시장을 정화한 점에서도 평가받는다. 크라운제과는 1970년대 중반 직영 영업소를 업계 최초로 뒀다. 그전까지 과자 유통은 전 품목을 취급하는 도매상을 거쳐 소매상에게 뿌렸다. 도매상이 유통 길목에서 권한을 쥐고 있었다. 이권에 따라 유통을 좌우했다. 일부 도매상은 웃돈을 얹어주면 먼저 팔아주고 그렇지 않으면 먼지를 쌓아뒀다. 크라운제과 당시 윤영달 사장(현 회장)은 이런 이유로 현장에서 크라운산도 유통이 막히는 걸 목격하고 직영점 체제를 도입했다. 소비자 가격이 낮아지고 제품 선택폭이 커졌다.

숫자로 보는 크라운산도[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몸집 줄어도 찾는 꾸준한 인기


크라운산도는 1981년 모양을 사각에서 원형으로 바꿔 재탄생했다. 사각이다 보니 모퉁이가 잘 깨지는 소비자 불만을 반영한 것이다. 과자량도 기존 에 1매 1개에서 2개로 늘렸다. 크림 맛 일색에서 딸기와 초콜릿, 땅콩크림 맛이 추가된 것도 이때부터다. 출시 이듬해 1982년 크라운제과 매출 585억원 가운데 크라운산도 단일 매출이 35%(210억원)이었다. 2015년 스위트밀크, 딸기크림치즈, 초코바닐라 맛을 더해 선택 폭을 넓혔다.

이제는 먹을 게 넘치는 세상이다. 크라운산도도 전만큼 힘을 못쓰는 게 사실이다. 재출시 40년째를 맞는 지금 회사 연간 매출이 당시보다 6배 넘게 뛰는 동안 크라운산도 판매액은 연간 200억원 안팎으로 그대로다. 제자리걸음 했다. 그러나 거꾸로 보면 꾸준했다. 크라운산도를 먹고 자란 이의 `제사상에 올라가는 과자`라는 점에서 꾸준함을 읽기에 충분하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크라운산도는 옛 시절을 잊을 수 없는 장년층과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원하는 젊은 층을 사로잡으며 모든 세대에 걸쳐 사랑받는 제품으로서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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