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업무추진비는 받아도 괜찮은 돈인가

  • 등록 2014-04-20 오전 11:28:12

    수정 2014-04-20 오전 11:28:12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신헌 롯데쇼핑 대표가 결국 사표를 냈다. 그는 회삿돈을 횡령하고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는 롯데의 간판 경영자다. 의혹을 받는 것만으로도 자리 버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신 대표는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적은 있지만 횡령을 지시하거나 요구한 적은 없다”고 검찰에 해명했다. 이 말은 ‘업무추진비는 받아도 괜찮은 것으로 생각했다’는 말과 같다. 업무추진비는 정말 받아도 되는 돈일까?

신 대표가 ‘업무추진비라고 생각하고 받았다는 돈’은 구속된 임원에게 현금으로 건네받았거나 그 직원이 신 대표의 개인 계좌로 보내준 것이 틀림없다. 적어도 회사 재무팀이 신 대표의 월급통장에 공식적으로 보낸 돈은 아니었다.

보통의 회사는 업무상 만나는 상대에게 밥이나 커피를 사는 일처럼 업무상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비 지출을 위해 대게 법인카드란 걸 쓰게 한다. 법인카드는 직원에게 회삿돈을 이런저런 경비에 쓰라고 내주는 것이지만, 한도가 있고 어디에 썼는지는 확실한 증거가 남는다. 신 대표도 분명 법인카드가 있었다. 그것도 일반인의 기준으로 보면 꽤 상당한 금액이었을 것이다.

만약 신 대표가 법인카드가 아닌 별도의 현금성 업무추진비라는 게 필요했다면, 그건 법인카드를 쓸 때와는 목적이 다른 돈이었다고 봐야 한다. 신 대표의 말처럼 개인적인 용도가 아니라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쓴 돈이지만, 돈이 흘러간 목적지가 국세청에 드러나면 아주 곤란한 곳이었다는 의미일수도 있다. 또 ‘업무추진비’이라는 명목으로 받는 돈이 롯데홈쇼핑 혹은 롯데그룹 내에 만연해 있어서 본인도 그게 크게 잘못된 것인 줄 몰랐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관행이란 명목하에 말이다.

신 대표는 롯데에서 35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구매, 감사, 관리, 영업 등 안 해본 분야가 거의 없다. 그래서 ‘업무추진비 명목으로’라는 말은 매우 의외의 표현이다. 그저 무뎌진 도덕성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말 못할 다른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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