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초록과 순백 사이…네팔 치트완·포카라

- 치트완국립공원 투어
코끼리 등 위에 서너명 올라타
코뿔소·악어…야생동물과 조우
- 히말라야 트레킹
카레마을~담푸스 6시간 코스
근접거리서 고원주민의 삶 관찰
  • 등록 2015-10-30 오전 6:15:00

    수정 2015-10-30 오전 6:15:00

네팔 남부 저지대에 위치한 치트완국립공원을 둘러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코끼리 트레킹. 코끼리 등에 올라타고 정글 속으로 들어가다보면 코뿔소 등 희귀 동식물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치트완·포카라(네팔)=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는 시간이 멈춘 땅이다. 고대 왕국의 전설은 물론 네와르족의 삶까지 고스란히 살아숨쉬고 있다. 그 땅을 수천년째 지키고 있는 네와르족은 히말라야 골짜기에서 가장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고 지금도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영광과 번영을 품은 카트만두를 뒤로 하고 찾은 곳은 네팔 남부의 저지대 치트완과 히말라야 등정의 베이스캠프인 포카라. 치트완은 세계의 지붕이라 불릴 만큼 고봉이 즐비한 네팔에서도 가장 낮은 지대에 속하는 곳이다. 만년설을 기억하는 네팔의 척박한 히말라야 고지대와는 또 다른 풍경이다. 풍요가 넘치고 원시생명이 꿈틀대는 알려지지 않은 네팔의 속살이다. 반면 포카라는 50만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네팔의 제2의 도시다. 히말라야의 대표적인 산 안나푸르나로 들어서는 관문. 우리가 아는 네팔의 바로 그 모습이다.

네팔 남부 저지대에 위치한 치트완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라프티강. 타루족은 라프티강에서 물고기 등을 잡아 생계를 이어간다.


◇끝없는 초록의 향연 ‘치트완국립공원’

카트만두에서 치트완까지는 약 150㎞. 하늘길로 30분, 육로로는 5시간 거리다. 빠듯한 일정상 30인승 작은 경비행기에 몸을 싣고 카트만두에서 치트완으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치트완 인근의 바랏푸르공항. 열대 특유의 뜨겁고 습한 공기에 숨이 턱 막힌다. 세포 하나하나가 급격히 팽창하며 땀샘을 자극하는 느낌이다. 카트만두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다.

공항에서 치트완국립공원까지는 버스로 약 1시간 거리다. 1984년 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치트완국립공원은 벵골호랑이와 외뿔코뿔소의 세계 최대 서식지로 알려져있다. 치트완이란 지명도 사실 네팔어로 호랑이를 뜻하는 ‘치트와’에서 나온 말이다. 현재 400여마리의 벵골호랑이와 500여마리의 외뿔코뿔소가 살고 있단다.

과거에 네팔 왕족은 이곳을 사냥터로 이용했다. 특히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을 무렵에는 정치적으로 이용한 장소이기도 하다. 영국의 왕족과 귀족을 초대해 사냥을 즐겼다. 당시 영국의 조지 5세가 이곳에서 수십마리의 벵골호랑이는 물론 코끼리·표범·곰 등을 사냥했다고 전해진다. 무분별한 밀렵으로 많은 동물이 멸종 위기를 맞았지만 지금은 네팔정부의 보호 아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치트완국립공원은 자체적으로 국립공원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정글가이드와 함께 국립공원 주변을 둘러보는 ‘정글트레킹’, 통나무를 파낸 배를 타고 라프티강을 따라 내려가며 악어와 조류를 관찰하는 ‘카누사파리’, 정글 깊숙이 들어가 속살 그대로를 살필 수 있는 ‘코끼리사파리’ 등이 있다.

네팔 남부 저지대에 위치한 치트완국립공원을 둘러보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정글트레킹 도중에 만난 사슴 무리. 사람이 다가가자 위협을 느낀 사슴들이 황급히 도망가고 있다.


◇네팔에 정글이 있더라

정글트레킹은 늦은 오후에 시작한다. 뜨거운 해를 피해서다. 사우하라마을에서 시작한다. 사우하라마을에는 타루족이 모여 산다. 1960년대 말라리아로 부족이 멸종할 위기에 처하자 네팔정부가 땅을 내주고 이곳에 살게 했다. 마을은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전형적인 농촌이다. 물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집집마다 저녁밥을 짓기 위해 연기를 피우는 모습은 평온, 그 자체다.

마을을 지나면 라프티강이다. 이곳 말로 ‘침묵의 강’이란 뜻이다. 물살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흘러서다. 강가에 이르면 물질하는 아이들과 더운 몸을 식히는 물소들이 눈에 동시에 들어온다. 평화롭고 한적한 타루족의 일상이다. 순박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뒤로 하고 강 길을 따라 들어가면 넓은 들판이 이어진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사슴떼가 불청객의 발소리에 슬쩍 눈길 한번 준다. 하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은 듯 다시 하던 짓에 집중한다.

카누사파리는 오전 일찍 시작한다.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라프티강에 통나무로 만든 치트완 전통카누 둥가를 띄운다. 국립공원에는 공작 등 야생조류 450여종이 살고 있는데 깊숙이 들어가지 않아도 강가에서만 수십종을 만날 수 있다. 라프티강의 아침은 이름처럼 고요하다. 눈을 감고 있으면 온통 새소리와 물소리뿐이다. 온전히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힐링의 시간인 셈. 평온한 뱃길에 긴장감을 주는 것은 악어다. 네팔 악어의 주요 서식지답게 30여분 물길을 따라가는 동안 10여마리가 무심한 듯 지나쳐갔다.

코끼리사파리는 정글을 탐방하는 특별한 방법이다. 집채만한 코끼리 등에 4명씩 올라타고 이동한다. 운이 좋다면 벵골호랑이나 코뿔소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여정에서 벵골호랑이는 만날 수 없었다.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에서 강한 존재감을 확인했을 뿐. 국립공원 관계자는 코끼리나 호랑이나 같은 길을 이용하지만 이용하는 시간대가 달라서 마주치지 못한 거라고 설명했다.

라프티강을 건너자 안내원의 손이 올라간다. 조용히 하라는 신호다. 덤불 속이 들썩이더니 까맣고 거대한 동물이 아주 천천히 기어나온다. “코뿔소다!” 일행 중 한명의 외침에 모든 시선이 그곳으로 향한다. 하지만 분주한 인간과는 달리 코뿔소는 정작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무심히 코끼리 곁을 스쳐 지나갔다.

포카라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남봉의 모습. 네팔 포카라에서 안나푸르나 전망대가 있는 오스트레일리안 캠프로 가던 중 갑자기 열린 하늘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풍요의 산 ‘안나푸르나’에 가다

치트완에서 포카라까지는 버스로 약 5시간 거리. 카트만두에서는 북서쪽으로 200㎞쯤 떨어진 곳이다. 길은 쉽지 않다. 가는 내내 울퉁불퉁한 자갈길과 구불구불한 산길을 거쳐야 한다. 쉴새없는 덜컹거림으로 엉덩이에 쥐가 날 즈음 포카라에 도착했다. 포카라는 안나푸르나 등반과 트레킹을 위해 꼭 들러야 하는 도시. 전진기지인 셈이다. 많은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덕에 규모가 제법 크다.

포카라라는 이름은 도시에 자리잡은 페와호수에서 유래했다. 네팔어로 포카라는 호수라는 뜻 . 도시 전체를 보듬고 있어 호수의 도시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건기에는 안나푸르나의 남봉과 마차푸차레 등 고봉이 호수 위에 비쳐 그림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하지만 우기에는 그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연일 이어지는 비와 짙게 드리운 구름 때문이다. 우기에 찾은 이번 여정에서도 그 모습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포카라에 들른 이유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조금이나마 경험해보기 위해서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히말라야 대표 관광상품 중 하나. 설산 봉우리를 점하는 ‘등정’이 아닌 산길을 도보로 여행한다는 의미인 ‘입산’의 개념이다. 트레킹은 히말라야 입산을 즐길 수 있는 코스로 짜여져 있다. 필사적으로 어떤 지점에 닿아야 하는 목적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하이킹과는 분명히 다른 ‘고된 산행길’이다.

히말라야 맛보기로 나선 트레킹의 출발지는 해발 1700m 카레마을. 여기서부터 오스트레일리안 캠프(2200m)를 지나 담푸스를 거쳐 돌아오는 코스다. 넉넉잡아 6시간 정도다. 오스트레일리안 캠프는 최근 새롭게 알려진 안나푸르나 전망대. 안나푸르나 전망대로 많이들 알고 있는 푼힐 전망대에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몰리자 국내 네팔 전문여행사인 혜초여행사가 새로 개발한 곳이다.

사실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는 새로 만든 길이 아니다. 이곳 원주민이 늘 다니는 길이다. 덕분에 안나푸르나 주변 네팔인의 삶을 가깝게 볼 수 있다. 누군가에겐 여행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길. 그렇기에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이 간다.

안나푸르나의 남봉을 잠깐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카레까지 이어진 산길을 따라 1시간여 버스로 이동하던 중 거짓말처럼 하늘이 열렸다. 그러더니 이내 하얀 설산이 얼굴을 내민다. 급한 마음에 버스를 세워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마치 헤어지는 연인을 눈에 새기듯 말이다.

안나푸르나 전망대 코스인 오스테리일리안 캠프에서 담푸스 마을 쪽으로 내려오던 중에 본 운무. 마치 거대한 용이 산허리를 감싼 듯한 모습이다.


◇여행메모

△여행TIP=치트완국립공원을 탐방하는 데 적기는 우기(6~9월)가 끝나는 10월 이후부터 이듬해 2~3월까지다. 우기에 히말라야 설산을 가장
확실하게 보는 방법은 산악비행기를 타는 것. 소형여객기로 카트만두에서 히말라야 설산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카트만두 국내선 청사에서 탈 수 있으며 비행시간은 1시간여. 눈앞에 펼쳐지는 설산은 가히 장관이다. 가격은 약 20만원선.

△가는길=대한항공은 인천~카트만두 노선을 10월부터 매주 2회(월·목요일) 운항하고 있다. 인천에서 카트만두까지는 7시간, 카트만두에서 인천까지는 6시간 30분가량이 걸린다. 치트완은 카트만두에서 비행으로 30분, 차량으로 5시간 남짓. 치트완에서 포카라까지는 대개 차량으로 이동하는데 5시간 거리다. 도로가 매우 협소해 편치 않은데 최근 확장공사를 하고 있다.

△여행상품=혜초여행사(02-733-3900, www.hyecho.com)가 네팔 문화탐방을 비롯해 성지순례, 안나푸르나 트레킹, 에베레스트 트레킹 등 다양한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특히 네팔여행의 최적기라 할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속속들이 네팔을 들여다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구비했다.

포카라의 상징인 폐와호수에서 카누를 즐기고 있는 관광객. 우기인 몬순기간이라 호수의 물이 탁하다.
산악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본 히말라야산맥에는 세계 최고봉인 8848m의 에베레스트산(가운데 봉우리)을 포함해 해발 8000m가 넘는 봉우리가 14개나 있다. 마치 구름 위에 또 다른 산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이다.
포카라의 상징인 폐와호수에서 카누를 즐기고 있는 모습. 날씨가 좋은 건기에는 안나푸르나가 호수에 비쳐 그림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치트완국립공원을 둘러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카누사파리.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라프티강에 통나무로 만든 전통가누 둥가를 타고 들어간다. 네팔 악어의 주요 서식지답게 30여분의 투어 동안 여러 마리의 악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치트완국립공원을 둘러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카누사파리.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라프티강에 통나무로 만든 전통가누 둥가를 타고 들어간다. 네팔 악어의 주요 서식지답게 30여분의 투어 동안 여러 마리의 악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치트완국립공원을 둘러보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정글트레킹을 즐기고 있는 관광객.
치트완국립공원 인근 사우하라마을에 살고 있는 타루족 어린이. 티 없이 맑은 순수한 눈동자와 순박한 웃음에 잊어버린 동심이 다시 살아나는 듯 하다.


안나푸르나 전망대 트레킹 중에 만난 현지 어린이들.
안나푸르나 전망대 코스인 오스테리일리안 캠프에서 담푸스 마을 쪽으로 내려오던 중에 본 운무. 마치 거대한 용이 산허리를 감싼 듯한 모습이다.
포카라에서 안나푸르나 전망대를 향해 트레킹을 하던 중 지나가게 되는 담푸스마을. 해발 2000m 정도 되는 높이여서 간혹 마을이 구름에 갇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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