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도 없이 집필 착수

내년 11월 마감시한 쫓기자 “이미 집필 시작했다”
학계 “기준도 없이 집필하나”···졸속집필 우려 확산
편찬기준 발표 3차례 연기···“위에서 결정 안 내려”
  • 등록 2015-12-24 오전 6:56:51

    수정 2015-12-24 오전 6:56:51

정부가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을 확정 고시한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 참고서 코너에 각종 중학교 역사 참고서가 진열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국정 역사교과서 제작을 맡은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편찬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필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편이 교과서 집필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편찬기준도 없이 집필을 시작하자 학계에서는 ‘졸속 편찬’ 우려가 커지고 있다.

편찬기준 없는 교과서 집필 착수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추진단) 관계자는 “지난달 선정된 국정 교과서 집필진이 이미 교과서 집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교육부 추진단은 교육부 내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개발·지원을 담당하는 곳이다.

교육부 추진단과 국편이 편찬기준조차 없이 교과서 집필을 시작한 것은 교과서 집필 마감시한에 쫓긴 탓으로 풀이된다. 교육부와 국편은 내년 11월 국정교과서 편찬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은 교과서 집필진이 반드시 따라야 할 집필 원칙이자 기본 방향이다. 편찬기준은 교육과정에 맞게 교과서를 집필하고 사실과 달리 기술되는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검정 교과서 발행체계에선 ‘집필기준’이지만 국정교과서는 국가가 책임을 지고 편찬한다는 의미에서 ‘편찬기준’으로 부른다.

앞서 김정배 국편 위원장은 지난달 4일 기자회견에서 “편찬기준이 이달 말 확정되면 별도의 브리핑을 하겠다”고 말했다. 역사교과서 제작 책임을 맡은 국편 위원장이 ‘별도의 브리핑’을 언급할 정도로 중요한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집필방향을 제시하는 편찬기준 없이 기본 절차를 무시하고 집필을 시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편찬기준 없는 교과서 집필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이유에서 졸속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검정 한국사교과서를 집필한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집필자들에게 교과서 집필 방향을 제시하는 편찬기준이 먼저 확정된 뒤 기준에 맞춰 집필을 시작하는 게 상식”이라며 “편찬기준 없이 집필을 시작한 것은 있을 수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편찬기준 발표 ‘연기 또 연기’

편찬기준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편은 편찬기준 발표를 별다른 설명없이 이달 7일로, 이어 15일로 미뤘다. 이제는 15일을 넘기면서 ‘올해를 넘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편찬기준 발표가 늦어지는 데 대해 교육부와 국편은 아직 편찬기준 심의과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교육계에서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편찬기준 확정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정 교과서를 국정으로 전환한 뒤 기존 교과서 내용을 수정·보완하면서도 정치적 논란은 최소화하려는 의도 때문에 쉽게 편찬기준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편 관계자는 “위에서 결정을 내려주지 않고 있다”며 이런 불만을 애둘러 표현했다.

앞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10일 국정 중고교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논의하면서 근현대사 부분을 현행보다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르면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뀌며 ‘5·16 군사정변’이란 표현은 현행대로 유지한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내년 11월 집필이 완료돼 한 달간 검토·수정 작업을 거쳐 2017년 3월 일선 학교에 배포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 우승의 짜릿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